[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몽골초원은 이상하게 한국인들의 마음을 끈다. 올여름 많은 한국인이 몽골을 다녀온 것 같다. 나도 물론 그 가운데 한 명이다.
몽골이 한국인들을 부르는 까닭으로 아마도 몽골이 우리의 조상들이 살던 곳이 아니냐는 생각 때문인 듯하다. 몽골 남서쪽으로 알타이산맥이 길게 흘러내리는데 우리가 쓰는 말이 우랄 알타이어족(語族)이라고 학교에서 배웠기에 아마도 우리가 거기서 왔을 것이란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친연의 느낌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거기에다 올여름 같은 지독한 무더위에는 시원한 몽골에 가서 더위도 피하고 밤하늘의 쏟아지는 별도 보자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우리도 얼마 전 몽골여행에서 알타이산맥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길고 긴 사막길을 달려 힘들게 찾아 들어간 알타이산맥. 높은 봉우리들이 길게 뻗어있는데 한여름에도 얼음이 얼어있다는 얼음골 골짜기로 내려가는 작은 도랑 옆으로 돌무더기가 보인다. 형태는 완전하지는 않지만, 우리의 성황당과 비슷한 '어워'(예전에는 오보라고 알던 것인데 현지어로 어워라 한단다)가 아닐까, 생각했다.
알타이와 몽골초원은 기마민족(騎馬民族)의 어머니 대지이며 한국인들의 문화원형을 간직한 곳으로 알려졌다. 알타이는 우리에게 너무 가까운 <콩쥐팥쥐>, <우렁각시>, <혹부리영감>, <선녀와 나무꾼>, <심청전> 등의 원고향이다. 한국인들은 하늘에서 큰 나무를 타고 알타이 산으로 내려온 하늘의 자손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하늘과 우리를 이어주는 큰 새, 태양의 새 삼족오(三足烏) 까마귀, 사슴, 나무, 산, 황금을 우리는 신성시하는 것이다. 알타이가 영원한 우리 마음의 고향이 되는 까닭이다.
기마민족들은 큰 새, 큰 나무, 사슴 등의 세 가지의 상징이 있다고 한다. 사슴은 대지(good earth)를, 자작나무는 세계의 축으로 천상과 지상을 잇는 동아줄을 의미한다. 알타이인(人)들은 하늘로부터 이 나무를 타고 산으로 내려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려고 이 세상에 온 것이란다. 큰 새는 하늘의 사신이니 알타이인들이 죽으면, 이 새를 따라 다시 칠성님(북두칠성) 곧 하늘로 돌아간다.
이 세 가지의 상징이 황금으로 통합되어 영원한 형상을 가진 것이 바로 신라의 금관(金冠)이다. 이것은 두고 온 고향에 대한 그리움의 표현이라고 풀이한다. 놀랍게도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금관(金冠)은 모두 합하여 봐도 10여 점인데, 한국에서 출토된 금관이 무려 8점이라고 한다.
부여와 고구려의 전설에 금와왕이 나온다. 알타이인의 신화 속에 나오는 ‘알타이 아버지 탄자강'은 황금 개구리왕(금와왕:金蛙王) 탄자강이 알타이인의 시조로 나오는 설화다. 이 금와왕이 우리 역사신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중국 역사서인 《삼국지》에는 부여와 고구려의 뿌리로 고리(槀離 : 까우리)국이 나온다. 이 고리국이 혹 알타이 지방에 있던 첫 나라가 아닐까 추정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고리국은 알타이 지방에 있었고 그것이 지금 우리가 쓰는 코리아라는 나라이름의 뿌리가 아니겠는가?
한국인에게 아리랑은 민족의 마음이자 고향이다. 아리랑은 기나긴 세월 동안 한국 정서의 원형질이었다. 한국에는 지역마다 '아리랑'이 있다. 아리랑은 한국의 마음이요 한국의 역사다. 그러나 이 말의 뿌리에 대한 정설이 없다. 만주어와 관련하여 산(山)의 만주어는 '아린(阿隣)' 또는 '아리라'이므로 이 말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 이 말은 퉁구스어(아리라)나 터키어(알리, 알린, 알리라)와도 일치한다.
그런데 2005년 한ㆍ러 유라시아 문화포럼에서 우실하 교수는 "바이칼 주변의 민족들이 '아리랑'이나 '쓰리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라고 밝혔다. "'아리랑'과 '쓰리랑'은 고대 북방 샤머니즘(shamanism)의 장례문화에서 '영혼을 맞이하고 이별의 슬픔을 참는다.'라는 의미였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강조했다. 아리랑도 이곳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알타이산맥은 고비사막에서 서시베리아 평원까지 남동에서 북서 방향으로 뻗어있으며 길이는 2,000㎞이다. 들쑥날쑥한 이 산맥 이름은 터키몽골어로 '황금으로 이루어진'이라는 뜻의 '알탄'(altan)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런 알타이산맥을 다니면서 필자는 아득한 옛날 어쩌면 우리의 아득한 조상들이 이 땅에 말을 타고 달렸을 것이란 상상을 해본다.
내일이 개천절이다. 삼국유사를 통해 단군의 개국신화가 전해져 오지만 단군 건국의 역사는 신화 속으로 들어가 있어 그 무대가 어디인지는 신화의 영역이다.(요즘 잃어버린 역사찾기를 하시는 분들은 거대한 만주벌판을 그 장소로 비정하기도 한다). 최근 우리 학계에서도 연구 중인 신라 김씨의 조상 김알지라는 이름이 사마천의 《사기(史記)》 「흉노열전」에 흉노족의 지도자의 호칭으로 나오는 것도 뭔가 연관이 있을 것이다. 역사가 완전히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더 드러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제 21세기에 아득한 옛날 몽고초원과 알타이 산맥에서 우리 조상을 찾는 일은 그 나름 의미는 있지만 거기에 매달릴 수만은 없다. 이미 세상은 인공지능 시대. 우리 인간의 영역을 무한히 확장하는 인공지능의 시대로 접어들었으니 단일민족이니 이방인이니 하는 구분에 얽매일 일은 아니다. 현재 우리 민족이라고 말하는 우리들도 역사 속에서 중국 만주 일본 러시아 등에서 들어와 하나가 된 상태이기에 이제는 단일민족을 따지기보다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어떤 능력과 지혜를 갖고 이 나라를 어떻게 하면 더 평화롭고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로 만드는가가 우리들의 목표가 되어야 하는 때이다.
다만 단군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홍익인간의 정신,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라는 가르침을 이 시대에 살리고 지켜나가는데 개천절의 뜻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올해 개천절은 특정한 민족으로서의 축일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란 새로운 큰 나라의 축일이 되어야 하며, 또 그렇게 될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