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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위에 세워진 산청 정취암을 가다

 

 

 

 

 

 

 

 

 

 

 

 

 

 

[우리문화신문=최우성 기자] 경상남도 산청은 지리산이 동쪽으로 뻗어나간 줄기에 있는 고장이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품고있는 지리산은 넓은 품안에 푸른 산과 양지바른 명당터를 지니고 있어 어김없이 수행을 위한 절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그런 절 가운데 오늘은 지리산 한 줄기인 대성산의 깎아지른 절벽에 터를 잡은 정취암(正趣庵)을 찾았다. 청취암이란 절이름은 중생계의 모든 이의 소원을 들어주는 관세음보살의 또 하나의 이름인 정취보살에서 따왔다. 

 

대승불교 경전에 따르면, 중생들이 믿고 의지하는 가장 친근한 보살이 관세음보살인데, 그 관세음보살은 중생이 원하는 바가 다양하기 때문에, 중생의 근기에 따라 이를 제도하기 위하여 다양한 모습으로 바꾸어 나타난다고 한다. 이를 응신(應身)한다고 하며,  관세음보살의 응신으로는 크게 33가지의 이름으로 표현한다. 그 대표적인 이름들로 천수천안보살, 십일면보살, 여의륜보살, 마두보살, 대세지보살, 준제보살, 군다리보살, 수월보살, 만월보살, 정취보살, 백의관음보살, 청경보살 등이 있다.  정취암은 이렇게 관세음보살의 여러 이름의 하나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런데 정취보살이란 "중생들을 올바르게 인도한다"는 뜻을 가진 관세음보살의 또 다른 이름으로, "바른길이 아니면 가지 않는다", "오로지 바른길만 가게 하는 보살로 한눈 팔지 않고 오로지 정진만을 돕는 보살"인 것이다. 

 

그런 귀한 뜻을 간직한 관세음보살을 모신 이곳 산청 정취암은 정취암의 사적기에 따르면, 신라 의상대사가 처음 세웠다고 하며, 신라 고려 조선을 거치면서 흥망성쇠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그 간략한 역사를 돌아보면, 신라 신문왕 때, 의상대사가 창건하였고, 고려 공민왕 때 궁궐에 봉안하였던 정취보살을 이운봉안하였다. 그뒤 조선시대에는 사세가 기울어 숙종 때 이르러 다시 목조 정취보살을 조성하여 모셨다. 그러나 순조 때인 1832년에 정취암이 불에 타, 이후 뜻있는 스님과 불자들이 다시 힘을 모아 전각을 짓고, 불상과 탱화를 모셔 차츰 품격을 갖추어 오늘에 이른 것이다.

 

전쟁과 억불의 시대를 지나고, 자연재해로 인한 소실되는 고난 속에서도 "어떠한 고난에도 한눈팔지 않고 정진한다"는 정취관음보살의 의미를 되살려 대성산 절벽 위에 세운 정취암 암자에서 오늘도 고요히 구도스님들은 깨달음을 구하고, 중생들은 소원성취 기도에 정진 중이다. 

 

 

기자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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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성 기자

최우성 (건축사.문화재수리기술자. 한겨레건축사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