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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의 세상바라기

행복은 지금 여기에 있다

육교 난간 밑둥의 조그만 틈에서 본 작디작은 풀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278]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배연국 원장님의 책 《내 삶이 보물이 되는 순간》에 대한 독후감을 쓰고 난 뒤, 다시 책을 휘리릭 넘기다가 성공학의 창시자 오리슨 스웨트 마든의 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든의 말이 저에게 다시 펜을 들게 만드네요. 이 말은 <행복 레시피>라는 글에 인용된 말입니다. <행복 레시피>는 산책하기에 알맞은 달(인디언 체로키족)인 11월의 첫 글이구요. 오리슨 스웨트 마든은 이렇게 말합니다.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한 사람은 나뭇잎 하나에 감탄하고, 꽃 한 송이에서 신성한 의미를 찾는다. 아름다운 경치만 보면 기쁨으로 영혼이 울렁거리고, 저녁노을이 질 때면 그의 영혼까지 발개진다. 다른 한 사람은 그저 평범한 나뭇잎 하나, 꽃 한 송이, 저녁노을이라고 무심하게 볼 뿐이다. 이런 사람은 절대 행복을 찾을 수 없다. 미적 감상과 미적 쾌락의 기쁨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배 원장님은 36살에 대장암으로 숨진 영국 극작가 샬롯 키틀리를 얘기하면서, 마든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키틀리는 죽음을 앞두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서, 하루하루가, 매 순간순간이 소중하다며 부디 삶을 즐기며 살라고, 두 손으로 삶을 꼭 붙들라고 호소하여,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었습니다.

 

어떻습니까? 우리 주위에는 나뭇잎 하나에 감탄하고, 저녁노을에 영혼까지 발개지는 사람이 많을까요, 아니면 그저 그러려니 무심하게 바라보는 사람이 많을까요? 저만 그런지 몰라도, 제 주위에는 후자의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그런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러나 제가 걷기를 좋아하게 되고, 또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면서부터 저에게도 그전에는 눈에 보이지 않던 것이 들어오더군요.

 

이를테면, 차를 타고 다닐 때는 길가의 풍경은 그저 스쳐 지나갈 뿐 제 눈으로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걷기를 좋아하면서는 열심히 일하는 노점상의 땀도 보이고, 길가의 가로수도 그저 한 묶음의 보통명사가 아니고 하나하나가 개성 있는 고유명사임이 자각되었습니다. 그리고 불타오르는듯한 저녁노을에 제 마음까지 타오르며 노을을 향해 열심히 사진기를 들이대기도 하였구요.

 

이 얘기를 하다 보니 이사 오기 전 버스 정류장 옆 육교 난간 밑둥의 조그만 틈에서 본 작디작은 풀이 생각납니다. 난간 밑둥이 오래되어 삭아서 작은 틈이 생겼는데, 어느날 그 작은 틈에서 여리디여린 풀이 고개를 내미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와! 그 작은 틈에 언제 풀씨가 날아 들어가 싹을 틔우고는 그 좁은 틈새로 고개를 내밀었는지요!

 

틈새 위의 키가 5cm도 안 되는 그 가냘픈 풀이 살아내려면 그 작은 틈새에 흙먼지가 날아들어 쌓였어야 했을 테고, 그리고 풀씨가 작은 확률을 뚫고 그 틈새를 뚫고 들어와 흙먼지에 앉았겠지요. 그리고 비가 오면 그 작은 틈새로 스며드는 빗물을 머금고 이윽고 싹을 틔우고는 힘겹게 그 작은 틈새로 머리를 내밀었겠지요.

 

 

그래서 풀씨의 생명력에 감탄하면서 그때부터 그 육교를 지나갈 때면 ‘그 가냘픈 풀이 어떻게 되었나?’ 하며 들여다보곤 했지요. 그런데 그 악조건 속에서도 그 풀은 튼실하게 잎을 내고, 바람에 자신있게 자기 몸을 흔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이사오고 난 뒤 찬 바람 불던 무렵 다시 그 육교를 지나가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그 풀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육교를 내려가며 몸을 구부려 다시 그 풀이 있던 곳을 내려다보니, 그 풀은 계절에 순응하여 바싹 마른 몸으로 고개를 떨구고 죽어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작은 생명의 치열한 삶의 모습에 경의를 표하고 그 자리를 떠났지요.

 

배 원장님이 인용하는 ​시인 마야 안젤루는 인생은 숨을 쉬는 횟수가 아니라 숨 막힐 정도로 벅찬 순간을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로 평가된다고 합니다. 저에게는 그 풀을 보는 순간이 숨 막힐 정도로 벅찬 순간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당신에게 그런 숨 막힐 정도로 벅찬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우리가 삶을, 자연을 바라보는 각도를 달리하면 행복은 우리 주위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배 원장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행복을 붙잡으려고 쫓아다니지 마라. 무지개 너머에는 무지개가 없다. 행복은 지금 여기에 있다. 그러니 구하지 말고 찾으라. 행복은 발견이다.” 그리고 배 원장님은 또 이렇게 말합니다. “주위를 보라. 온통 보물 천지가 아닌가! 가로수의 빨간 단풍잎 사이로 햇살이 내린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햇살에 젖어보자. 얼굴이 단풍처럼 물들 것이다. 당신의 삶이 보물이 되는 순간이다.”

 

여러분들도 배 원장님 말처럼 그렇게 삶이 보물이 되는 순간을 맞이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마야 안젤루의 말처럼 삶에서 숨 막힐 정도로 벅찬 순간을 되도록 많이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