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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의 세상바라기

비상계엄과 민주공화국

일제강점기, 임시정부도 헌법도 ‘민주공화국’ 명시
[양승국 변호사의 세상 바라기 279]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동했지만, 다행히 국회의 민첩한 대처 덕분에 실패로 끝났습니다. 그렇지만 윤 대통령이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정국은 안정될 수 없습니다.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는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불법이라는 것을 인정할 것입니다. 그리고 군대를 동원하여 헌법기관을 장악하려고 시도한 데서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것도 명백합니다.

 

그러면 이 사태의 장본인인 윤석열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탄핵소추를 해야 할까요? 여기서부터는 각자의 생각에 따라 생각이 달라집니다. 민주당에서는 이런 위험한 인물을 한시라도 국가 최고의 자리에 둘 수 없다며 탄핵소추를 발의했지만, 국민의힘은 또다시 대통령이 탄핵되는 불행한 사태는 막아야 한다며 아예 투표에 불참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속내는 탄핵에 동의하면 자칫 이재명의 민주당에 정권을 넘길 수 있어서 반대해야 한다는 것이리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우선순위가 무엇일까요?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하여 온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고, 대한민국의 신인도를 한순간에 망가뜨렸으며 역사를 후퇴시키려 한 것은 대한민국 미래의 중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는 각자 처지에서 바라보는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그럼, 나라를 위해서는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는 자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헌법의 첫 조문인 제1조 제1항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선 때 손에 ‘王’자를 적으며 권위주의 통치를 꿈꾼 자에 의해 자칫 그동안 사람들이 피로써 쌓아 올린 공든 탑이 무너질 뻔하였습니다. 부디 이 위기가 슬기롭게 끝나기 바랍니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고 하니, 예전에 제가 썼던 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가 생각납니다. 그래서 이에 대해 함께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많이 들어본 말이리라. 어디에 나오는 말일까? 대한민국 헌법에, 그것도 130개의 헌법 조문 가운데 가장 먼저인 제1조 제1항에 나오는 말이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것은 대한민국은 ‘민주’와 ‘공화’를 핵심적인 값어치로 여기는 나라라는 얘기이리라. 그러므로 우리는 이 두 단어 ‘민주’와 ‘공화’를 그저 그러려니 하며 그냥 흘려버릴 수는 없다.

 

‘민주(民主)’는 ‘민(民)이 주인(主人)’ 곧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라는 뜻이리라. 국민이 주인이니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침범할 수 없는 신성불가침한 것이고, 모든 통치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위임을 받지 못하면 그 정당성을 상실하는 것이다. 또 위임받았다고 하더라도 위임받은 대로 성실하게 국무를 수행하지 못하면 그 위임을 저버린 것이므로 그 역시 정당성을 상실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제1조 제2항은 이를 재차 강조하여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한다. 그럼 ‘공화(共和)’는 무엇일까? 글자 그 자체로 함께(共) 평화롭게 어울린다(和)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화국의 정치학적 정의는 따로 있겠지만, 나는 모든 국민이 평화롭고 조화롭게 어울리며 사는 나라, 그게 공화국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국민이 주인이라고 하여 서로가 자기의 권리만 앞세운다면 함께 평화롭게 어울릴(共和) 수 없다. 그렇기에 헌법은 공화(共和)할 수 있게 공공의 이익을 강조하면서 국민의 기본권에 내재적 한계를 두는 것이며, 국민에게 4대 의무도 부과하는 것이다.

 

이렇듯 ‘민주’와 ‘공화’는 대한민국이 세계 속에서 웅비(雄飛)할 수 있는 양 날개와 같은 것이라,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민주’에 먼저 눈을 돌릴 것이며, 대한민국의 번영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공화’에 먼저 눈이 갈 것이다. 다시 말한다면, 진보적인 사람들은 ‘민주’에 팔이 먼저 갈 것이고, 보수적인 사람들은 ‘공화’가 먼저 땡길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제대로 날기 위해서는 민주와 공화라는 양 날개가 균형 있게 날갯짓해야 한다. 날갯짓하다 보면 때로는 왼쪽으로 날 수도 있고, 때로는 오른쪽으로도 날 수 있지만, 두 날개가 균형을 제대로 맞추어야 전체적으로는 올바른 방향으로 날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극우나 극좌가 득세하게 되면 대한민국은 한쪽으로 뱅글뱅글 돌다가 끝내는 추락하고 말 것이다.

 

눈이 온 운동장이나 벌판에서 똑바로 걸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똑바로 걷는다고 생각하고 걷다가 문득 뒤돌아보면 발자국이 한쪽으로 비스듬히 휘어있는 것을 보게 되지 않는가? 하늘을 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초경량 항공기 조종사 면허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하늘에서 비행기 조종을 하다 보면 나는 똑바로 조종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문득 보면 약간씩 한쪽으로 벗어나고 있다.

 

그래서 시계(視界) 조종할 때에는 멀리 한 목표물을 정하고 그 목표물을 보면서 조종한다. 이렇듯이 대한민국도 전진하다 보면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질 수 있다. 이럴 때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 보수와 진보다. 보수와 진보는 서로 싸움만 하라고 있는 게 아니다. 보수와 진보는 대한민국이 방향성을 잃지 않도록 좌우에서 방향을 잡아주라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보수와 진보는 싸울 땐 싸우더라도 대한민국이 방향성을 잃지 않도록 서로 견제와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자기 이익만을 앞세워 나간다면 그건 진보와 보수가 아니라 좌빨과 수구꼴통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자기 나라가 민주공화국임을 헌법에 명시하고 있는 나라는 별로 없다고 한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것은 제헌헌법 이래 줄곧 헌법 제1조에서 선언하고 있다. 아니 제헌헌법뿐만 아니라 임시정부 시절 대한민국 임시헌법에서도 마찬가지로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한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이면 황제가 주인인 대한제국이 멸망한 지 20년도 안 되었을 때다. 그러한 때에 임시의정원 의장 이동녕은 “우리는 이제 제국의 신민이 아니고 공화국의 자유 국민이 되는 것입니다. 나라의 주인은 제왕이 아니고 당당히 우리 국민입니다”라고 말하였다.

 

 

대한제국에서 일제강점기 식민지배로 곧바로 넘어가 민주주의 세례를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우리 선열들도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민주공화국임을 뚜렷이 인식하고 헌법에 명시하였다는 것이 놀랍지 않은가? 우리는 선열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것을 명심하고 그 방향성을 지켜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보수와 진보는 어떤가? 대한민국이 똑바로 나아가야 할 자기들의 사명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기는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않고 자기네 이익에만 눈이 어두워 대한민국이 어디로 나아가든 상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나 혼자만의 기우인가? 촛불혁명 때 광장에 모인 촛불시민들은 모두 한마음 한목소리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노래를 목소리 높여 불렀다. 우리 다시 한번 다함께 목소리 높여 노래 부르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