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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부 교수 김순흥의 아무거나

저항의 역사와 기록의 역사를 생각한다

김남철 지은 《남도 한말의병의 기억을 걷다》, <세종우수도서>에 뽑혀
[놀~부 교수 김순흥의 <아무거나>] 4

[우리문화신문=김순흥 교수]

 

<의병 연구가 김남철 선생>이 힘들여 쓴 《남도 한말의병의 기억을 걷다》가 2024년 <세종우수도서>에 뽑혔습니다. 작금의 국가변란 시국에, 혹한에도 불구하고 응원봉을 들고 나와 길에서 밤을 새우는 20, 30대 소녀 의병들을 보면서, 새삼 우리의 의병 핏줄을 뼛속 깊이 느낍니다. 오늘의 젊은 의병들의 기록도 글로, 사진으로 남아 후세에 전해질 것입니다. (글쓴이)

 

 

우리가 5천 년의 역사를 이어온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세계사에서 어느 민족도, 어느 나라도 이만큼 긴 세월을 동질성을 지키면서 꿋꿋이 버텨온 사례가 없다. 그 밑바닥에는 저항의 역사와 함께 기록이 있다. 끊임없이 저항하고 이를 모두 기록하면서 반성했기 때문에 드물게 5천 년을 이어오는 민족이 될 수 있었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것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소통할 수 있는 언어라는 수단(문화)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낯선 사람이 마을에 들어오면 온 동네 개들이 떼창으로 짖어댈 수는 있지만, 우리 마을에 무슨 일이 있는지 다른 마을에 알릴 수 없고, 어제 우리 마을에 낯선 사람이 왔었다고 전할 수도 없다. 기록은 우리 일을 옆 동네에 알리는 수단이고, 오늘 이야기를 내일에 전하는 수단이다. 수많은 민족과 나라들이 있었지만, 기록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민족문화와 역사에 등급이 매겨지기도 하고 수명이 달라지기도 했다.

 

반만년의 역사가 이어지는 동안 수많은 저항이 있었다. 안으로는 부당한 지배자에 대한 저항이 있었고 밖으로는 외세에 대한 저항이 있었다. 지배세력들에 의해 ‘ㅇㅇ란(亂)’이라고 이름붙여진, 이름을 다 외우기도 어려울 만큼 수많은 백성(민중)의 저항이 있었고, 항쟁으로 불리는 수많은 시민(민중)의 저항이 있었다. 몽고의 침략에도 30년 가까이 버텼고, 임진년부터 왜놈과 7년의 전쟁도 치러냈다. 일제의 침략에도 30여 년을 버텨냈다. 지배층은 도망갔어도 민초들이 끝까지 지켜냈다. 위정자들은 나라를 팔아먹었어도 백성들이 의병이 되어 지켜내고 다시 찾아냈다. 외세의 침략에 저항하는 의병들의 봉기, 외세의 점령에서 벗어나려는 수많은 독립투쟁이 이 나라를 지켰다.

 

기록에는 우리의 자랑스러움을 적은 것도 있고, 아픔과 부끄러움을 적은 것도 있다. 500년의 역사를 《조선왕조실록》으로 남겼고, 5.18을 기록해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남겼다. 이순신은 왜놈과 전쟁을 치르면서 《난중일기》를 남겼고, 김경천은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던 항일독립투쟁 전쟁터에서도 《경천아일록》을 남겼다. 이 모두 세계사에 없는 일이다.

 

역사는 저항하는 사람이 있어 만들고, 기록하는 사람이 있어 남기고, 분석하는 사람이 있어 그 값어치를 찾아낸다. 이름 없이 스러져간 수많은 사람은, 이를 기록하고 분석하는 사람이 있어 또 다른 저항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에게는 몇몇 유명한 의병장만 알려져 있고, 의병을 이끌고, 의병을 돕고, 의병에 참여한 많은 영웅의 자취는 그저 ‘의병’으로만 남아있다. 궁금해하지도 않고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이름 없이 죽어간 많은 의병을 우리는 그냥 ‘모른다’라고만 해 왔다. 후손 가운데 연고지에 사당이나 당우(堂宇)와 비석을 세워 그분들의 행적을 기리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묻히고 잊힌 채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곳이 많다.

 

저항의 역사, 의병의 역사. 그 가운데서도 주축을 이루던 호남의병의 역사. 임진의병에 이어, 호남의병의 양대축인 수많은 한말의병들이 이제 김남철의 손으로 살아나고 있다.

 

역사는 만드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기록하고 지키는 사람 또한 중요하다. 기록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의병활동이다. ‘남도 임진의병’에 이어 수많은 ‘남도 한말의병’들의 역사도 김남철의 기록과 분석을 통해 살아나 길이길이 빛날 것이다. 그 옆에는 김남철의 이름도 늘 따라다닐 것이다.

 

《남도 임진의병의 기억을 걷다》를 들고 임진을 간다

《남도 한말의병의 기억을 걷다》를 따라 함께 걷는다.

 

 

   필자 김순흥 :

   전 광주대학교 교수

   사회학자,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역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