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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하루 하나 오늘 토박이말]높쌘구름

하늘에 있는 양떼, '높쌘구름'을 아시나요?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도 하늘에는 여러 가지 구름이 보입니다. 이런 구름 보신 적 있으시죠?  파란 그림종이(도화지) 위에 누군가 하얀 솜뭉치를 툭툭 던져 놓은 듯, 크고 둥글둥글한 구름이 흩어져 있는 모습을 보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포근해지곤 하는 구름말입니다. 마치 드넓은 하늘 풀밭에 하얀 양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것 같아 보여 '양떼구름'이라는 살가운 이름으로 더 자주 불리는 구름이지요.

 

오늘은 바로 이 아름다운 구름을 가리키는, 소리마저 예쁜 토박이말 '높쌘구름'을 알려 드립니다.

 

'높쌘구름'은 말 그대로 '높은 하늘에 있는 쌘 구름'이라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여기서 '쌘'이라는 말이 조금 낯설게 들리실 수도 있겠습니다. '쌘'은 '쌓이다'의 준말 '쌔다'의 매김꼴(관형형)으로 무엇인가가 덩어리로 뭉쳐 쌓여 있는 모습을 나타내는 말인듯 합니다. '높은 하늘에 둥글둥글 크게 덩어리진 구름'이라는 뜻을 그림처럼 보여주는 말이라고 하겠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높쌘구름'을 '높은 하늘에 크고 둥글둥글하게 덩어리진 구름. 보통 2~7km 높이에 나타나며 권적운에 비하여 하나하나의 구름 덩어리가 크다.'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한자말인 '고적운(高積雲)'이 바로 이 '높쌘구름'을 가리키는 말이지요. 북녘에서는 '높은더미구름'이라고도 하는데, 하늘에 뭉게뭉게 피어나는 구름의 모습을 참 잘 담아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쉽게도 말꽃 지음몬(문학작품)에서 '높쌘구름'이라는 말이 쓰인 보기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말이 우리 나날 속에 살아 숨 쉰다면, 앞으로 나올 아름다운 말꽃 지음몬 속에는 얼마든지 녹아들 수 있겠지요. 우리가 그 첫걸음을 뗄 수 있습니다.

 

나날살이에서는 이렇게 말해볼 수 있습니다.

 

"엄마, 하늘에 하얀 양들이 엄청 많아! 저게 무슨 구름이야? '양떼구름'이라고도 하는데 '높쌘구름'이란다."

"저기 포근하게 떠 있는 높쌘구름 좀 봐. 마음까지 가벼워지네."

"하늘에 높쌘구름이 잔뜩 낀 걸 보니 저녁에 비가 오려나 보다. 미리 빨래를 걷어야겠네."

 

어떠신가요? '고적운'이라는 조금은 딱딱한 말 대신, '높쌘구름'이나 '양떼구름'이라고 부르니 하늘의 바람빛(풍경)이 훨씬 살갑게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하늘의 낯빛 하나하나에 이렇게 예쁜 우리말 이름이 붙어 있다는 것이 이 놀랍고 반갑습니다.

 

이제 하늘을 올려다볼 때, 둥글둥글 솜뭉치 같은 구름이 보이면 반갑게 '높쌘구름'이라고 속삭여 보세요. 그리고 곁에 있는 분들에게 "저 구름 이름이 뭔지 알아? 바로 '높쌘구름'이래." 하고 손씻이(선물)처럼 건네보세요. 우리가 곱게 갈고닦아 쓸수록 우리말의 결은 한결 더 빛이 나고, 우리의 삶은 더욱 넉넉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