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폭설(暴雪)
눈이 내린다 어지러운 땅에 (빛)
폭탄처럼 휘몰아쳐 내린다 (돌)
천박한 다툼 꾸짖는 사자후 (초)
저 눈 녹은 후에 똑똑히 보라 (달)
... 24.1.27. 불한시사 합작시
폭설이 내리면, 온 천지가 하얀 몸에 눈꽃비단을 두른 듯 화려한 장관이 펼쳐진다. 어렸을 때라면, 산에, 들에 핀 하얀 눈꽃들 사이를 쏘다니며 미끄러지고 넘어지며 깔깔 대었을 것이다. 그 시절이 다 가고 지긋해졌어도, 폭설이 내리면 여전히 설레이기 마련이다. 자질구레한 다툼으로 어지러워진 세상에서도, 잠시나마 새하얀 순결의 순간을 누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
지난해에는 100여 년 만의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습설이어서 산에서는 쌓인 눈의 무게에 나무둥치가 쩍쩍 갈라지는 소리가 메아리치기도 하였다. 특히 아름답게 곡선미를 자랑하던 토종 소나무들의 굵은 줄기가 힘없이 부러져서 무척 안타까웠다. 요즘에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새로운 패턴의 폭설이 내리고 있다. 얕은 바다인 서해의 해수면 온도가 유달리 높아지면, 북서쪽에서 내려오는 찬바람과 온도차가 20도 이상 벌어진다. 그러면 서해바다에 눈구름이 크게 발달하여 한반도에 폭설이 몰아친다.
올해도 매서운 폭설이 내릴지 궁금하다. 요즈음에는 자연현상마저 인간의 욕심에 진저리를 치고 무서운 얼굴을 하는 듯도 싶다. 우리 모두 욕심을 줄이고 마음을 가라앉혀서 순수의 시간을 누렸으면 좋겠다. 천박한 다툼으로 얼룩진 정치판에도 폭설이 내려 순수의 눈송이로 몸을 씻고 조금이라도 정화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117년만의 대설 누가 막을까 (라석)
더위 추위 눈비 사계절 반란 (심중)
새누리 열리는 몸부림인가 (초암)
몸맘 씻어내란 우레소린가 (옥광)
그런 의미에서 우리 불한시사 시벗들은 "대설주의보"라는 합작시 한 수를 더 짓기도 했다. (한빛)
| ㆍ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의 불한티산방에서 만나는 시벗들의 모임이다. 여러 해 전부터 카톡을 주고받으며 화답시(和答詩)와 합작시(合作詩)를 써 왔다. 합작시의 형식은 손말틀(휴대폰) 화면에 맞도록 1행에 11자씩 기승전결의 모두 4행 44자로 정착되었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정형시운동으로 싯구를 주고받던 옛선비들의 전통을 잇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