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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1878. 해가림(일식)을 바라보던 고려인의 모습

   


“해가 한낮이 되려는데 빛이 갑자기 엷어져 / 처음에는 담장 밖에서 징소리 들리더니 / 잇달아 쿵쿵 북소리 사방으로 퍼지네 / 깜짝 놀라 문밖에 나가 해를 쳐다보니 / 어슴푸레 해 주변에 물체가 있는 듯 / 아이 불러 물동이에다 맑은 물 담게 하고 / 그 물동이 바닥으로 태양을 살펴보니 / 태양이 반쯤 이지러져 조각달과 같아 / 참담한 하늘 모습에 깊은 시름에 잠겼네 

위 글은 고려말의 문신 정추가 쓴 《원재고》에 나오는 시로 일식에 대해 읊은 것입니다. 일식(日蝕) 곧 해가림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지요. 조선시대에는 일식이 있으면 구식례를 했습니다. “구식례(救食禮)”는 일식이나 월식(月蝕)이 있을 때 이를 괴이한 변고라 하여 임금이 신하들을 거느리고 월대(月臺) 곧 섬돌에서 해나 달을 향해 기도하며 자숙하는 의식이지요. 

천문기구가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로는 물동이에 물을 담아놓고 거기에 비치는 해를 관찰했습니다. 태양이 반쯤 이지러져 조각달과 같았다는 것을 보아 부분일식이었던 듯합니다. 또한, 고려시대에는 일식을 음기가 성하여 일어나는 이변이라 생각하여 양에 속하는 악기인 징과 북을 쳐서 일식을 없애려 했습니다. 지금과 같은 과학시대의 눈으로 보면 쉽게 이해가 안 가는 일이지만 돌이켜보면 자연현상에 대한 두려움을 가만히 지켜보지 않고 어떻게든지 극복하려는 모습이 돋보이는군요. 

참고 : 《문헌으로 보는 고려시대 민속》, 국립문화재연구소,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