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무더위의 막바지를 뜻하는 말복(末伏)이었습니다. 복날 우리 겨레는 예부터 개고기를 많이 먹었는데 그 까닭이 무엇일까요? 먼저 조선 순조 때의 학자 홍석모가 지은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사기’에 이르기를 진덕공 2년에 처음으로 삼복제사를 지냈는데, 4대문 안에서는 개를 잡아 해충으로 농작물이 입는 피해를 방지했다고 하였다."라는 내용이 전합니다. 제사상에 오르는 음식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인 만큼 개고기를 일찍부터 식용으로 썼음을 말해줍니다.
또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요리책인 <규곤시의방>에는 개장, 개장국 누르미, 개장찜, 누런개 삶는 법, 개장 고는 법 등 우리나라의 고유한 개고기 요리법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으며, 17세기 중엽에 정부인 안동 장씨가 쓴 ≪음식디미방≫에도 “개장”, “개장꼬치누루미”, “개장국누루미”, “개장찜”, “누렁개 삶는 법”, “개장 고는 법” 등이 나와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 상차림에 구증(狗蒸)이 올랐다는 것을 보면, 개고기는 임금님의 수라상에도 올라가는 음식이었음을 알 수 있으며, <농가월령가>에는 며느리가 친정에 갈 때 개를 삶아 건져 가는 풍습이 나옵니다. 조선시대엔 개고기를 즐겨 먹었다는 얘기지요.
그에 견주어 이들 문헌에는 돼지고기 조리법으로 야저육(野猪肉) 곧 멧돼지고기 삶는 법이 2줄, 가저육(家猪肉) 곧 집돼지고기 3줄이 전부로 간단하게 기록되었을 뿐입니다. 이로 미루어 당시에는 돼지고기보다 개고기를 더 즐겨 먹었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만큼 개고기는 우리 겨레의 오랜 먹거리였는데 다만, 개고기를 먹으면 무조건 몸이 좋아진다는 맹신은 삼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