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선에 모래를 담는 법은 곧 갑옷을 무겁게 한다는 뜻이다. 옛날에 군사를 잘 훈련시키는 자가 군사들에게 철갑(鐵甲)을 겹쳐 입게 하였다가, 전쟁에 임해서는 벗어버리게 하였으니, 또한 몸을 가볍게 하여 용기를 배양하는 방도인 것이다. 근래에 군사들을 점열할 때 각각 초리(草履)·화구(火具)·전대(纏帶)·표자(瓢子)를 지니게 하는 것 또한 좋은 법이다.”라는 기록이 순조실록 11권, 8년(1808) 8월 1일 자에 보입니다. 여기에 나오는 표자가 곧 표주박이지요.
표주박은 음력 8월경 첫서리가 내릴 무렵 조롱박이나 길고 허리가 잘룩한 호리병박을 반으로 타서 끓는 물에 삶은 후 껍질을 말려 만듭니다. 표주박은 세종실록 지리지 충청도편에서 쌀ㆍ콩ㆍ꿀 등과 함께 공물로 바치는 품목에도 들어 있습니다.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서 표주박은 물을 퍼내는 데 썼다고 쓰여있지요. 그리고 표주박은 술독에 띄워 놓고 술을 떠내거나, 장조랑바가지라 하여 간장독에 띄워 놓고 간장을 떠내는 데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표주박은 전통혼례에서 신랑 신부가 서로 잔을 바꿔 마시는 합환주(合歡酒)를 마시는 데 쓰기도 합니다. 또 조백바가지라 하여 표주박에 장수·화목을 상징하는 목화(조선시대 관복 차림에 신던 반장화 모양의 신)와 부를 상징하는 찹쌀을 담아 시집갈 때 가마에 넣어 보내는 풍속도 있었지요.
“단사표음(簞食瓢飮)”이란 4자 성어는 “한 소쿠리의 밥과 표주박의 물이라는 말로, 매우 소박한 생활”을 뜻합니다. 표주박은 우리 생활과 매우 친근하였지만 현대에는 플라스틱 바가지에 밀려 운치있는 장식품으로만 쓰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