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13 (일)

  • 흐림동두천 0.2℃
  • 흐림강릉 12.9℃
  • 서울 1.4℃
  • 대전 3.2℃
  • 대구 12.4℃
  • 울산 12.4℃
  • 광주 4.1℃
  • 부산 13.1℃
  • 흐림고창 2.3℃
  • 제주 8.6℃
  • 흐림강화 0.5℃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3.1℃
  • 흐림강진군 ℃
  • 흐림경주시 13.5℃
  • 흐림거제 13.9℃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우리문화편지

1933. 수천 번의 메질로 빚은 방짜유기, 식중독을 없앤다

 

예전 우리네는 놋그릇에 밥과 국을 담아 상에 올렸었습니다. 또 평안도와 황해도 지방에서는 혼담이 이루어질 때 상대 집의 놋그릇이 얼마나 구색을 잘 갖추고 있는지와 얼마나 잘 닦아 놓는지를 확인한 뒤에 혼사를 결정하였다는 말이 있지요. 놋쇠는 수저와 밥그릇은 물론 제기(祭器), 징·꽹과리도 만들고 혼수 품목의 하나인 대야와 요강도 만들었습니다. 

놋그릇 특히 방짜유기는 구리 78%에 주석 22%를 합금한 것으로 최소 11명이 함께 수백 번씩 망치로 두드려서 만듭니다. 금속조직을 늘여서 만드는 것이어서 휘어지거나 깨지지 않고, 다른 유기에 비해 광택이 뛰어나서 예로부터 방짜유기는 인기가 있었지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놋쇠가 식중독균을 99.9%나 없앤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는데 놋그릇을 쓰면 미나리 속 거머리도 없애고 놋숟가락은 음식에 독을 확인하는데도 요긴하게 쓰였습니다. 또 스님들이 머리카락을 자를 때 꼭 방짜로 만든 가위를 쓰는데 만일 머리를 베이더라도 상처가 덧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머리 위로 하얀 서리가 덮인, 팔순을 넘긴 할머니가 주인 잃은 할아버지 놋그릇을 소중히 닦는 것은 희미하게 잊혀 가는 남편에 대한 사랑과 애틋함과 그리움을 그 안에 담아내 것일지도 모릅니다. 박물관에나 가야 있을 놋그릇, 방짜유기가 다시 사랑받을 날이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