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김민경 지병인 위암으로 30살에 세상 뜨다
“MBC `다모`에 출연한 탤런트 김민경이 3일 오전 세상을 떠난 가운데, <지병>으로만 알려졌던 고인의 병명이 위암으로 밝혀졌다. 측근에 따르면, 김민경은 2년 전부터 위암 치료를 받아오다 최근 병세가 급격히 악화하여 이날 끝내 숨을 거뒀다. 특히 서른 살이라는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등져, 가족들은 물론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고인은 투병 중에도 측근들에게조차 아프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으며, 때문에 갑작스런 비보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매일경제-
서른 살의 꽃다운 나이에 숨졌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투병 중에도 주변에 알리지 않고 혼자 고통을 감내하다 세상을 하직한 본인은 얼마나 삶이 괴로웠을까? 요즈음 위암은 치료될 수 있는 병으로 여기던데 안타깝다. 신문들은 앞다투어 김민경씨가 ‘지병으로 사망’이란 보도를 하고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지병(持病) : 오랫동안 잘 낫지 아니하는 병’이라고 나와 있다. 그런데 이 말은 일본말이다. 일본국어대사전<大辞泉>에 보면
‘じ‐びょう【持病】:1 なかなか治らず、常に、または時々起こる病気’ 번역하면 일본발음<지뵤->, 좀처럼 낫지 않고 항상 달고 다니는 병’이라고 나와 있다.
그렇담 일본말 ‘지뵤(지병)’가 들어오기 전에 우리 겨레는 무엇이라고 썼을까?
조선왕조실록 성종 조에 보면, “신이 사직(社稷)의 연고 때문에 감히 이같이 하는 것입니다. 임사홍은 조부의 사랑하는 사위이며 일문(一門)의 망족입니다. 신의 아비가 평소에 지병(持病)이 있는데, 만약 이 일을 들으면 반드시 놀라고 슬퍼하며 신을 심히 그르게 여기어 보지 않으려고 할 것입니다. 신이 또한 무슨 면목으로 다시 조부모와 부모를 보겠습니까?”士洪, 祖父之愛壻, 一門之望族也。 臣父素有宿疾, 若聞此事, 則必驚駭悲痛, 以臣爲甚非而不欲見也。 臣亦何面目復見祖父母及父母也?” -성종실록-
위에서 보면 <지병>으로 번역했지만 원문에는 <숙질( 宿疾)>로 되어 있다. 이와 같이 <지병>이라고 번역한 곳은 조선왕조실록에 모두 9건의 예문이 보인다. 또 한 예를 보면 인조실록에 ‘王世子獵所之行, 稱以老病,’라는 부분을 ‘왕세자의 사냥 행차에도 지병(持病)을 핑계로 또한 모시고 가지 않았으니’로 번역하고 있다. <노병(老病)>도 지병이고 <숙질(宿疾)>도 지병으로 번역해 놓고 있다. 일본말이 왕조실록국역본에 깊이 들어와 있음을 알 수 있다.
좀처럼 낫지 않고 오래된 병을 일컫는 말이 우리 겨레에게는 없었을까? 그러고 보니 ‘기침을 달고 산다’ ‘감기를 달고 산다’ 같은 말이 떠오른다. <탤런트 김민경 씨, 전부터 앓아오던 병으로 세상을 떴다>라고 하든지 <탤런트 김민경 씨, 달고 있던 병으로 세상을 떴다>라고 하면 어색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