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경진년ㆍ신사년 겨울에 내 작은 초가가 너무 추워서 입김이 서려 성에가 되어 이불깃에서 와삭와삭 소리가 났다. 나의 게으른 성격으로도 밤중에 일어나서 창졸간에 《한서(漢書)》1질(帙)을 이불 위에 죽 덮어서 조금 추위를 막았으니, 이러지 아니하였다면 거의 후산(後山)의 귀신이 될 뻔하였다. 어젯밤에 집 서북 구석에서 독한 바람이 불어 들어와 등불이 몹시 흔들렸다. 한참을 생각하다가 《노론(魯論)》 1권을 뽑아서 바람을 막아 놓고 스스로 변통하는 수단을 자랑하였다.”
위 글은 조선 후기 학자 이덕무(1741∼1793)의 수필집 《청장관전서》에 실려 있는 “이목구심서 1(耳目口心書一)” 일부입니다. “이목구심서”는 귀와 눈으로 듣고 본 것, 입과 마음으로 말하고 생각한 것을 모은 것이라는 뜻이지요. 일정한 체제나 형식을 갖추지 않고, 책 읽고 연구하는 중에 뜻에 맞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을 수록한 것입니다.
이덕무는 말합니다. 옛사람이 금은 비단으로 이불 해 덮은 것보다 책으로 해 덮은 나의 이불이 낫다고 말입니다. 얼마나 추우면 책을 펴서 덧 덮었을까 실감이 가질 않습니다만 이제 점점 추워지는 계절입니다. 올겨울은 따스한 방에서 재미와 해학이 깃든 고전과의 데이트를 즐겨보심이 어떨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