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보낼 편지에 괴로움 말하려 해도 (欲作家書說苦辛) 흰머리 어버이 근심하실까 저어하여 (恐敎愁殺白頭親) 그늘진 산, 쌓인 눈 깊이가 천장인데 (陰山積雪深川丈) 올해 겨울은 봄처럼 따뜻하다 말하네 (却報今冬暖似春)”
위 한시는 조선 중기 문신 이안눌(李安訥, 1571 ~ 1637)의 “집에 보낼 편지(寄家書)”입니다. 편지에 어버이 걱정하실까 저어하여 쌓인 눈이 깊이가 천장인데도 “올겨울은 봄처럼 따뜻하다.”고 씁니다. 이안눌의 효성이 가슴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또 한 편은 조선초 문인 유방선(柳方善, 1388~1443)의 “눈 온 뒤(雪後)”입니다.
“외로운 산마을에 눈은 쌓여 차가운데 (臘雪孤村積未消) 그 누가 사립문을 즐거이 두드리랴 (柴門誰肯爲相鼓) 밤이 되자 홀연히 맑은 향기 일어나니 (夜來忽有淸香動) 매화꽃 몇 가지가 피어난 걸 알겠구나 (知放梅花第幾梢)”
외로운 산마을에 눈이 쌓여 찾아올 이 없습니다. 하지만, 밤중에 갑자기 맑은 향기 일어나 매화가 핀 것이 참 기쁩니다. 매화는 눈을 뚫고 피는 꽃이지요. 한겨울 차가운 눈 속에서 매화는 우리에게 봄이 올 것을 예언합니다. 춥다고 움츠러들 까닭이 없지요. 이렇게 한시는 우리에게 따뜻한 마음, 아름다운 마음을 담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