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보도가 불안만을 부추기는 기사가 아니길 빈다.”라면서 마이니치신문 카고시마 지국장은 작가 오에겐자부로와 그 큰아들 이야기를 시작으로 ‘희망’을 말하고 있다. 가와바다야스나리(川端康成)에 이어 일본 문학사상 두 번째 노벨 문학상을 받은 오오에겐자부로(大江健三郞) 씨는 큰아들의 뇌장애로 인해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오오에 씨는 한 강연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들은 뇌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평생 아들은 말을 못할 것이라고 여겼다. 5살 때 일이다. 어느 날 라디오에서 새 소리가 흘러나오자 아들이 평소와 다르게 눈빛을 반짝였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 그날 이후 각종 새 소리를 부랴부랴 녹음했다. 그리고 새 소리 뒤에 “참새입니다” “뜸부기입니다” “종달새입니다”라고 새 이름을 녹음 한 뒤 날마다 아이에게 들려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아들을 목마 태워 집 근처를 산책하고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새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가만히 들어보니 목마 탄 아들 입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그리고는 “뜸부기입니다” “종달새입니다”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5살이 되도록 한마디 말도 못하던 아들 입에서 비록 소통의 언어는 아니지만 “뜸부기입니다”를 되뇌는 모습에서 오오에 씨는 심한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는 말한다. “처음 아들이 내는 새 소리를 듣고 두 번째 새 소리를 낼 때까지 자신이 아들에 걸었던 것은 뜸부기라는 새 이름이 아니라 희망이었다"고 말이다. 오오에 씨는 이후 자신의 뇌장애 아들을 배경으로 한 ‘개인적 체험’을 써서 노벨상의 빛나는 영예를 안게 된다. 노벨상 수상자 오오에 씨 이야기를 마치면서 카고시마 지국장은 자신의 ‘희망’을 말했다. 그는 지진 발생 5일 뒤 동북지방의 지인에게 안부 메일을 보냈다. 그다지 친하진 않지만 안면이 있는 지인의 안부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전화를 할 수도 있지만 폭주하는 전화 한 통화라도 줄이고 싶은데다가 혹시 본인이 부상을 당해 병원에 누워 있을지도 몰라 메일을 택했다. 보내놓고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답이 안 오면 어떻게 하나, 지금 시기에 메일이 적절한가, 그러면서 답이 오길 빌었다. 특별한 종교는 없지만 기도하는 심정이었다. 그러는 중에 “저는 잘 있습니다.”라는 메일이 왔다. 무척 기뻤다. 불행 중 다행이었다. 지금 일본 열도는 온통 지진보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로 참상위주로 보도가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카고시마 지국장(馬原浩)은 방송이 ‘불안만을 부추기는 보도’가 되지 않길 빌고 있다. 이런 마음이 확산되다보면 일본의 지진 보도는 서서히 줄어들고 희망스러운 보도가 슬슬 나올 것이다. (마이니치신문 3월 21일자, 펜앤펜(ペン&ぺん)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