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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17. 정악과 민속악의 관계는 자전거의 앞 뒤 바퀴와 같다.

 
 

 


 

17. 정악과 민속악의 관계는 자전거의 앞 뒤 바퀴와 같다.


지난 금요일, 독자가 쓰는 얼레빗은 서도소리를 전공하는 학생의 글로 정악과 민속악에 관한 개인의 의견이 재미있게 소개되었다. 그러나 한 가지 염려스러운 것은 이를 자칫 잘못 이해하게 되면 정악은 바른 음악, 존귀한 음악이고 이에 반해 민속악은 바르지 못한 음악, 저속한 음악으로 이해하는 독자가 있을 것 같다는 점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양자는 우열의 개념이 아니다.

정악은 음악을 표출하는 방법이 민속악에 비해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매우 단아하게 들린다. 그래서 예부터 아정하다는 의미로 <아악(雅樂)>이라 불렀다. 그러나 지금은 아악이라는 용어 대신 정악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데, 이는 아정(雅正)하다는 말에서 아악이나 정악을 동의어라 보기 때문이다. 

민속악은 속된 음악이라는 뜻이 아니다. 원래 ‘속(俗)’이라는 글자의 의미는 풍속, 바램, 이어감의 의미이다. 그러므로 일반 백성의 풍속이며 백성이 이어가는 순수한 음악을 뜻하는 말이다. 얼레빗 독자들의 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 보다 구체적으로 국악용어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도록 하겠다.

9세기, 통일신라시대에 중국 당 나라에서 당의 악기나 음악이 일부 들어오면서 기존의 음악을 향악이라 부르기 시작한다. 당에서 돌아온 최치원이 향악을 내용으로 하는 금환, 월전, 대면, 속독, 산예 등의 향악잡영오수(鄕樂雜詠五首)를 쓰면서 그 명칭을 <향악>이라 한 것은 이미 외래 것이 신라에 들어와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즉 향악이라 한 것은 외래의 음악이 아닌 순수한 신라음악을 뜻하는 의미라 하겠다. 그러니까 우열의 기준이 아닌 어디까지나 상대적 개념의 용어인 것이다.

또한, 근세에 서양음악이 이 땅에 유입되면서부터 종전의 우리 음악은 이와의 구분을 위해 구악(舊樂), 또는 국악이란 이름을 갖게 된다. 바지, 저고리는 양복과의 구별을 위해 한복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고, 음식은 양식과의 구분을 위해 한식, 그리고 우리의 집은 그냥 집이 아니라 양옥과의 구분을 위해 한옥, 양약에 대한 한약, 양의에 대한 한의, 한우, 한지 등등 우리 주변엔 새로운 문물과의 구별을 위해 종래의 이름에 <한>이라는 접두어를 붙여야만 <양>과의 구별이 가능하게 된 용어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국악>이란 용어도 외래음악에 대한 우리 음악이란 뜻으로 외래음악과의 구별을 위해 생겨난 용어로 보아야 한다. 옛날에는 단순하게 <악>이었고, <음악>이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와 같이 <국악>이란 <한국음악>을 줄여 부른 이름이고, <한국음악>이란 <대한민국의 음악>을 약칭해서 부르는 이름이다. 이 명칭에 다른 의미가 부여될 수 없음은 우리나라의 언어를 <국어>로 하고, 우리나라의 역사를 <국사>라고 약칭하는 것과 동일하다. 이처럼 자의(字意)로는 <국악=한국음악>을 줄인 이름이 분명한데, 오늘날 <국악>과 <한국음악>은 용어 자체가 지칭하는 음악의 대상이 다르게 느껴지고 있다. 

다시 말해 국악은 외래음악이 들어오기 이전, 전통사회에서 쓰이던 전통의 음악만을 지칭하는 좁은 의미의 음악이 되었고, 한국음악이란 용어는 전통음악을 포함하여 외래의 영향을 받고 외래적인 양식에 의해 창작된 음악들도 포함되어 있어 그 범위가 포괄적이다. 어쩌면 <한국음악>이란 용어가 <국악>이란 용어보다 영역을 폭넓게 차지하고 있으면서 국악을 근거리에서 위협하고, 그 의미를 한국음악의 의미에서 격리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국악이란 명칭 안에는 전래하는 많은 음악들이 포함된다. 이 많은 음악들을 어떻게 분류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아 학자들 간에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종전대로 정악(아악)계열과 민속악계열로 대별한다면 범패와 같은 불교음악을 비롯하여 각 종 의식관련 음악이나 또는 구군악 외 취타 계열의 행진음악 등은 어느 쪽으로 넣어야 할 것인가 모호하다. 특히 60년대 이후 창작국악이 활성화되면서부터는 더더욱 어려워졌다. 그래서 창작곡은 예외로 하되 작곡자에 따라 정악풍, 산조풍, 민속악풍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이러한 모호한 부분을 인정하면서도 많은 국악이론가, 명인 명창들이 일반적으로 분류해 온 방법은 정악(아악)계열과 민속악계열로 대별하고 각각의 계열 속에서 기악이나 성악, 또는 지방의 특색을 살려 더 세분화시켜 온 방법이었다. 

정악계열의 음악을 좋아하던, 민속악계열의 음악을 좋아하던 그것은 듣는 사람의 취향이지만, 우리가 주의해야 할 문제는 어느 한 쪽의 음악만을 국악이라고 하거나, 또는 어느 한 쪽의 음악만이 국악이 되어야 한다는 편견은 지극히 옳지 않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정악은 정악대로 민속악이 지니고 있지 않은 특징이 있고, 마찬가지로 민속악은 민속악대로 정악이 따라 올 수 없는 민속악만의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마치 자전거의 앞바퀴가 크고 뒷바퀴가 작다든지, 또는 앞바퀴가 작고 뒷바퀴가 크다면 이는 불안해서 잘 달릴 수 없을 것이다. 앞, 뒷바퀴의 크기가 비슷해야만 잘 달릴 수 있는 논리가 정악과 민속악의 관계를 잘 말해 주고 있다 할 것이다. 
                                                                        
           다음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