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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24. 세련 정제된 가곡의 형식미

 

 

 

 

 

가곡의 노래 말은 초장, 중장, 종장으로 짜여진 3장 형식의 시조(時調)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래 말을 가곡에 얹어 부를 때에는 5장으로 분장한다. 남창의 26곡, 여창의 15곡 전체가 동일하게 5장으로 나눈다.

가령, 우조 ‘초수대엽’에 얹어 부르는 “동창이 밝았느냐”로 시작되는 시조시를 가곡으로 나눈다면 제1장은 시조의 초장 안귀의 <동창이 밝았느냐>이고 제2장은 초장의 바깥귀인 <노고지리 우지진다>이다. 가곡의 제3장은 시조의 중장인 <소치는 아희 놈은 상긔 아니 일었느냐>이다. 시조의 중장 전체가 가곡에서는 3장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제4장은 종장의 첫 3음절인 <재 넘어>이고 나머지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니>는 제5장으로 나뉜다.

다시 정리하면 시조의 초장은 가곡에서 1장과 2장으로 분장이 되고, 시조의 중장 전체는 가곡의 3장이 되며 종장의 첫 3음절만이 가곡의 제4장, 나머지는 제5장으로 나뉜다는 말이다. 이러한 형식이 바로 시조창과 가곡창의 큰 차이점이다.

간혹 시조의 중장이나 종장이 정형에서 벗 어나 길게 확대된 엇시조라고 해도 이를 별도의 장으로 늘리지 않고 모두 5장 내에서 처리하는 것이 가곡의 형식이다.

반주 악기군이 먼저 대여음(大餘音)을 연주하면 창자는 이를 듣고 난 후, 제1장을 부르기 시작한다. 대여음이란 전주곡이라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까 대여음을 악기들이 연주하는 동안 그 가락을 들으면서 가곡창자는 어느 정도의 빠르기로 불러야 할 것인가, 어떤 음 높이로 시작해야 할 것인가, 곡풍이나 곡의 분위기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을 염두에 두면서 들어야 한다.

제3장이 끝나고 나면 제4장을 부르기 전에 다시 악기군의 중여음(中餘音)이 들어 있다. 대여음과 마찬가지로 중여음을 연주하는 동안에도 가곡의 창자는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여기서 예를 든 “동창이 밝았느냐”의 시조는 ‘초수대엽’에 얹혀지는 노래말이다. ‘초수대엽’ 이 아닌 다른 악곡에서는 “동창이 밝았느냐”를 중복해서 노랫말로 삼지 않는다. 그러므로 각 악곡은 그 곡 분위기에 적합한 노랫말을 정해 놓고 부르는 것을 관습으로 하고 있다.

참고로 ≪국립국악원≫에 소장되어 있는『가곡원류』에는 남창가곡 각 악곡에 따라 적절한 노랫말을 정해놓고 있는데, 우조 ‘초수대엽’에 얹어 부르는 시조는 13종, ‘이수대엽’은 37종, ‘중거’와 ‘평거’는 각각 19종과 23종, ‘두거’ 21종, ‘삼수대엽’ 22종, ‘소용’ 14종, ‘반엽’에 5종 등 여러 편의 시조시를 각각 얹어 부른다고 소개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전통 가곡은 16박(편은 10박)형 장단으로 부르는 노래이다. 가곡의 각 악장은 노래를 시작하는 박과 끝나는 박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다. 이 또한 가곡의 독특한 형식을 알게 하는 점이다. 시작하는 박과 끝나는 박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다는 말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제1, 제2, 제4장은 16박 장단 제1박(합장단-雙)에서 노래를 시작하고 제3, 제5장은 제12박에서 시작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끝나는 박 또한 일정치 않다. 즉 제1장과 3장은 장단의 끝 박인 제16박에서 종지하는 반면, 제2장과 4장은 제11박에서 끝난다. 제2장과 제4장이 제11박에서 끝난다고 하는 말은 제3장이나 제5장이 제12박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가곡의 최종 종지는 제5장이고 노래가 끝내는 박은 제4박이고 제11박까지는 악기들이 이어간다. 이러한 형식은 전 가곡에서 예외 없이 규칙적으로 보이고 있는 형식이다.

이제까지 가곡의 틀이나 형식에 관한 이야기를 해 왔다. 다시 한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한국 전통음악의 형식은 만-중-삭이다. 그런데 가곡은 삭 뒤에 다시 느린 템포     의 노래를 부르며 끝다. 이는 고조된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이라 하겠다.
2, 가곡의 연창법은 남창, 여창, 남녀교창, 남녀합창 등 네 가지 형태이나, 어느   형태의 연창이든 간에 부르는 악곡의 순서는 정해져 있다. 바꾸지 않는 것을 관습으로 한다.
3, 시조창은 3장형식이나 가곡창은 5장 형식을 취하고 있다.
4, 노래 시작 전에 악기군의 대여음이 있고, 3장과 4장 사이에 중여음이 있어서 노래를 연결시킨다.
5 각 악장은 노래를 시작하는 박의 위치와 종지하는 박의 위치가 정해져 있다. 이러한 점들이 바로 가곡이 다른 노래와의 차별성을 지닌 독특한 형식미라 하겠다.   (다음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