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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262. 빛도 없이 훈장도 없이 독립운동을 했노라

   

“대대로 내려오던 큰 종택 / 임청각 안주인 / 고래 등 같은 집 뒤로하고 / 만주땅 전전하며 / 독립군 뒷바라지 / 스무 해 성상이었어라 (중략) 밥 먹듯 드나들던 형무소 고문으로 숨져간 남편 / 장사 치를 돈도 없이 / 올망졸망 일곱 남매 데리고 / 남의 집 문간방 떠돌던 반백의 시간이여”

위 시는 민족시인으로 알려진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이 삼일절을 맞아서 새롭게 펴낸 ≪서간도에 들꽃 피다≫ 2권에 있는 “아직도 서간도 바람으로 흩날리는 들꽃, 허은” 여사에게 드리는 시 일부입니다. ≪서간도에 들꽃 피다≫는 단순한 시집이 아니라 각 권에 20명씩 여성독립운동가를 소개하는 헌시와 함께 해적이(연보), 더보기를 붙여 그분들의 헌신적인 삶을 조명한 책입니다.

특히 이번 2권 가운데는 쟁쟁한 독립운동가 뒤에서 빛도 없고 훈장도 없이 묵묵히 독립군을 뒷바라지 한 분들의 모습이 눈에 띕니다. 지금의 화폐가치로 600억 원의 재산을 모두 털어 독립운동에 뛰어든 6형제 가운데 우당 이회영 선생의 아내인 이은숙 여사, 만주 호랑이 일송 김동삼 선생의 며느리인 이해동 여사, 대한민국임시정부 초대국무령(대통령) 석주 이상룡 선생의 손자며느리인 허은 여사 같은 분들의 독립운동 뒷바라지 이야기는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시집온 다음해에 한번은 감기가 들었으나 누워서 쉴 수가 없었다. 무리를 했던지 부뚜막에서 죽 솥으로 쓰러지는 걸 마침 시고모부가 보시고는 얼른 부추겨 떠메고 방에 눕혔는데 다음날도 못 일어났다. 그때가 열일곱 때였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은 한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한 것만이 아니었다. 집안에 밀려드는 독립투사들을 건사해야 하는 일들이야말로 그들 자신이 독립군이 아니면 안 되었던 것이다.“

위 글은 허은 여사 이야기에 나오는 대목으로 어린 나이에 북풍한설 추운 간도 땅에서 독립운동가들을 뒷바라지하면서 겪은 고난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분들은 아직껏 국가에서 그 공로를 인정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분들이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밥을 해대고, 땔감을 마련하고 군복을 지어주지 않았다면 독립운동이 제대로 이루어졌을까요? 어림도 없는 이야기일 겁니다. 이제라도 이러한 분들에 대한 새로운 조명 작업이 하루속히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