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 선생의 ‘닭도리탕=토박이말’에 한 표 | ||||||
[진단] 닭도리탕 어원도 모르는 한심한 국립국어원과 조선일보 | ||||||
최근 소설가 이외수 선생이 트위터에 “닭도리탕은 일본식 이름이 아니다.”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되었다. 이에 대해 국립국어원도 트위터를 통해 “닭도리탕의 도리는 일본어 'とり(새)에서 온 것으로 보고, 이를 닭볶음탕으로 다듬었다. 도리의 어원에 대해 다른 견해가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분명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밝혀 일부 언론에서는 이외수 선생이 망신당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일본말찌꺼기를 연구해온 필자는 이를 정리할 필요를 느낀다. 다음에 두 가지 쟁점으로 살펴 나눠본다. 쟁점(1) 이외수 선생이 주장하는 ‘도리=토박이말’에 대하여... 작가 이외수 선생은 일본말 도리(tori,とり)를 새(또는 닭 ‘니와도리지만 도리라고도 함')로 보지 않고 우리 토박이말로 보는 근거로 닭을 ‘도려내어(토막 쳐) 만든 요리’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말이 틀렸다기보다 이 말의 근거를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알다시피 닭도리탕을 만들려면 닭을 토막 내야 함은 상식이다. 통째로 인삼을 넣고 고아 먹는다면 삼계탕으로 간단히 끝날 일을 토막 쳐서 갖은 양념으로 해먹게 되면서부터 이 요리 이름을 뭐라 할까 하는 초기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생선도 그렇고 소나 돼지를 잡았을 때 그냥 토막 쳐서 요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부위별로 살과 뼈를 발라내고 내장을 도려내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닭도 그냥 토막 치는 게 아니라 뱃속의 내장물을 도려내고 칼로 부위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야 한다. 이때 내장 부위만 ‘도려'내고 나머지 부분은 ‘토막 쳤다’라고 말하기가 복잡하여 ‘내장을 도리고 크기를 토막 친 그 자체 전부’를 ‘도리작업’으로 보고 ‘닭을 도리질해서 탕으로 만든 음식’으로 불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물론 현대인들이 근거로 삼고 싶어하는 이른바 ‘문헌’에 나와 있지는 않지만 ‘도리다, 도려내다’의 뜻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한 닭을 도려(내장을 바르고 토막 쳐)내어 만든 요리라는 것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말이라고 본다. 하지만 “도리=토박이말을 의심하고 도리=일본말, 닭(새)을 신뢰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본말 도리(tori, とり)의 정체를 밝히자면 이는 고대조선어이다. 고대조선어가 현재 일본어의 밑바탕이 되었다는 것은 간사이외국어대학(關西外國語大學) 호리이(堀井令以知) 교수 등이 <語源大辭典> 같은 책에서 말한 바 있지만 몇몇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섬(島)-시마(しま), 두루미(鶴)-즈루(づる), 뎔(寺)-데라(てら), 노루(獐)-노로(のろ), 닭(鷄)-도리(とり) 같은 말들은 고대조선어에서 간 말이다. 일본어를 배우지 않은 사람이라도 위의 말들은 아하 그렇구나 할 것이지만 일본어 미즈(みず)가 한국어 물(水)에서 간 말이라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말 가운데 미나리의 ‘미’ 장마의 ‘마’ 같은 것들은 ‘물’을 나타내는 말로 일본어에서 ‘미(mi,み)로 나타난다. 따라서 ‘미즈’는 물을 나타내는 한국어를 어원으로 한다. 한발 더 나아가 토끼(兎)의 고대조선어는 ‘오사함(烏斯含)’으로 일본어에서 ‘우사기(usagi,うさぎ)’라고 부르는 것은 고대조선어의 변용이다. 이 경우에 일본말을 모르는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그럴 리가 있느냐?’ 하겠지만 국어교육에서 고대조선어에 대해 상세히 공부한 바 없고 일본어를 공부한 바 없는 사람들에게 일본어와의 대응관계는 설명해도 어려운 노릇이다. 결론적으로 이외수 선생이 말한 닭도리탕은 닭을 도리질해서 만든 탕이란 뜻으로 쓰였음을 부정할 근거는 없다. 충분히 타당한 말이다. 또 도리(닭과 새를 총칭하며 닭은 니와도리지만 요리에서는 닭을 도리라고 씀)라는 말은 현재 일본어처럼 여겨지지만 그 원형은 고대조선어에서 간 말임으로 크게 저항할 말은 아니다. 다만, 이 경우 ‘닭닭탕’이란 말이 되므로 ‘닭매운찜’이거나 ‘닭볶음탕’, ‘닭볶음’, ‘매운 닭찜’ 같은 말로 순화해서 쓰는 것이 좋을 것이다. 쟁점(2) ‘분명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만 되뇌는 국립국어원은 신뢰할 수 있나?
이번에 쟁점이 된 ‘도리’를 ①일본말이냐 ②토박이말이냐로 물었을 때 국립국어원은 ①번을 택하고 ②번에 대해서는 ‘분명한 근거가 없다.’로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문제는 진짜 중요한 ②번 부분에 대한 국립국어원의 게으름과 무지에 대한 필자의 경험을 소개하겠다. 적절한 비유가 될지 모르나 ‘도리’를 일본어로 단정하고 나머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부분에 대한 점을 지적하는 것임을 이해 바란다. 옷감 속에 보푸라기 털을 넣어 보온 효과를 높이고 있는 ‘기모’가 지난겨울에도 유행했다. 이 ‘기모’라는 말의 유래에 대해 필자는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에 2010년 11월 1일자로 질의한 적이 있다. *질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풀이에 “기모(起毛):「명사」『수공』모직물이나 면직물의 표면을 긁어서 보풀이 일게 하는 일”로 나와있다. 이 말의 유래는 일본말인가? *답: 기모는 그 원어가 한자어이며 이 말이 순화어 목록이나 일본어투 용어 순화자료 등에서 검색되지 않아 이 말이 일본에서 들어온 말로 볼 근거가 없다. 한마디로 근거 없어 모르겠다는 답을 해왔다. (기모의 유래에 대해서는 첨부된 필자의 글 참조) 하나 더 웃지 못할 국립국어원의 태도를 예로 들겠다. 같은 날짜 2010년 11월 1일 자 <온라인가나다>에 올라온 건설공사에 종사하는 분의 질의이다. *질의: 현장설계내역서에 ‘암석소할’이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소할(小割)’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궁금하다. 국어사전에도 안 나온다. 이 말이 일본말에서 온 말이냐? *답: 문의하신 ‘암석소할’은 국어사전에 없는 말이라 그 뜻을 안내하기 어렵다. 어디서 기원했는지도 모르겠다. 참으로 무책임하고 어처구니없는 답이다. 국어사전에도 안 나오는 말이라 질문을 하는 국민에게 이렇게 부실한 답을 해도 되는가 묻고 싶다. ‘암석소할’(巖石小割)‘은 일본말로 '간세키고와리(がんせきこわり)'로 발음한다. 일본국어사전 <大辭泉>에는 【岩石,巖石】과 【小割】로 나눠 설명되어 있다. 암석은 바윗돌이므로 생략하고 '고와리(小割,こわり)' 풀이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小割】1 材木を小さく割ること。また、その割ったもの。2 木材の規格の一。木口2.5センチ前後、長さ1.8メトルほどの角材。3 まき割り用の(なた)。4 古く、面積の位の反(たん)を小さく分けること。” 번역하면 1. 재목을 잘게 쪼개는 것 (‘割る(와루)는 빠개다, 깨다, 나누다), 또 그 나뉜 것 2. 목재 규격의 하나 나무 지름이 2.5센티 전후, 길이 1.9미터 정도의 각재, 3 .장작용 손도끼 4. 옛말 면적 단위 단(反,たん)을 작게 나뉜 것이란 뜻이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질문자의 ‘암석소할’을 시원하게 답을 못해주면서 하는 말이 “국어사전에 없는 말이라 그 뜻을 안내하기 어렵다.”라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에서 운영하는 이 누리집(사이트)에는 국어에 관련된 각종 질문이 쏟아져 나오는데 특히 일본어 어원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분명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자국에서 쓰이는 말의 말밑(어원)을 국가기관이 모르면 누가 안단 말인가? 국민의 혈세가 아깝다.
국립국어원의 태도를 비판한다 이번 이외수 선생의 닭도리탕에 국립국어원의 트위터 견해를 보면서 나는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도리(tori,とり)가 일본말이라 닭볶음탕이라고 바꿨다. 나머지는 근거가 희박해서 말할 수 없다.”고 답하고서 모든 책임을 완수한 것처럼 하고 있는 자세를 질책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오히려 ‘작가 이외수 선생이 망신당했다.’라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 주는 꼴이 되었으니 딱하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비단 ‘닭도리탕’에 대한 견해만을 두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 말글(언어)을 바라다보는 분명한 철학을 갖지 못한 채 해방 66년을 맞이하고 있는 국립국어원의 태도는 <온라인가나다>의 일본 어원을 묻는 말에 대한 답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외수 선생이 말한 ‘닭도리탕’을 ① ‘일본말이다’라는 견해만을 밝히고 할 일을 다했다고 하지 말고 ② 토박이말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고대조선어에서 유래한 것까지 헤아려 밝혀주는 기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떤 이들은 인심 좋은 이웃 아저씨처럼 닭도리탕이 입에 익었으니 그냥 쓰지 뭘 그러냐고 하지만 이 말의 유래를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이 분명히 짚어주어 쓰더라도 유래를 알고 쓰게 해주는 게 도리라고 본다. 일제강점기에 말글을 빼앗겼던 겨레로서 일본어 냄새가 나는 말에 대한 거부감이 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유래를 알려주지 않고 무조건 "순화하라"는 것도 맞지 않다. 당장 국립국어원은 <온라인가나다> 체제를 개편하여 말의 어원 특히 일본말의 어원을 묻는 말에 명쾌한 답을 해주길 바란다. 질의를 하는 사람보다 못한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앉아서 앵무새처럼 '근거 없다. 모른다'로 일관하지 말고 국립국어원의 위신과 공신력을 갖춘 기관답게 필자같이 30여 년을 일본어 공부한 사람도 궁금한 말이 있을 때 시원한 답을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줄 수는 없는가? 국제화 시대일수록 자국의 언어에 더 많은 사랑으로 임하는 게 국립국어원의 역할이며, 그 어느 때보다도 임무와 책임이 크다는 것을 깨달아 국민에게 한 점 의혹 없는 서비스를 하길 바란다. 위의 예문에서 보듯이 건축종사자분도 우리말에 관심이 큰데 국립국어원이 '잘모른다'로 일관해서 쓰겠는가? 그럼 ‘닭도리탕’은 어찌할 거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외수 작가처럼 해석하고 싶다. 닭을 도려내어(내장을 도리고 살을 토막치다라는 뜻을 포함) 갖은 양념으로 만든 닭요리로 여기고 싶다. 백번 양보한다 해도 도리는 고대조선어임으로 결국 ‘닭닭탕’이 되기에 ‘닭매운찜’, ‘닭볶음’, ‘닭볶음탕’으로 순화하여 부를 수 있다고 본다. <기모의 유래>에 대한 필자 글 보러가기 기자 소개 한일문화어울림연구 이윤옥 소장은 일본 속의 한국문화를 찾아 왜곡된 역사를 밝히는 작업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서로 제대로 된 모습을 보고 이를 토대로 미래의 발전적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밑거름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외대 박사수료, 한국외국어대학교 외국어연수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을 지냈고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과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민족자존심 고취에 앞장서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말 속의 일본말 찌꺼기를 밝힌『사쿠라 훈민정음』인물과사상 *친일문학인 풍자시집 『사쿠라 불나방』도서출판 얼레빗 *항일여성독립운동가 20명을 그린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1)(2)도서출판 얼레빗 *발로 뛴 일본 속의 한민족 역사 문화유적지를 파헤친 『신 일본 속의 한국문화 답사기』 바보새 등이 있다. | ||||||
기사입력: 2012/02/27 [11:17] 최종편집: ⓒ 대자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