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서도 박사가 되랴면 전과 가티 성균관 가튼 데만 다녀서는 안된다. 적어도 관립전문학교나 또는 경성대학 가튼 곳을 졸업한 다음에 무엇을 또 연구하야 론문을 제출하고 그것이 입격이 되여야 명색 박사가 될 것이다. (중략) 그것도 년수가 너무 멀어서 각갑하거던 남에게 구걸을 하야서라도 돈을 몃 백원만 주선하야 손쉽게 박사 운동을 하여라. 그러면 그럿케 실패는 하지 안을 것이다. (중략) 현재 조선에도 법학통론(法通) 한 권 못 사본 사람도 법학사가 되고 우주관(宇宙觀)이니 인생관(人生觀)이니 하는 문자 한아를 몰나도 철학박사된 일이 만치 안으냐.”
위는 일제강점기 잡지 <별건곤> 제47호(1932년 01월 01일 발행)에 나온 “대풍자! 대희학, 현대 조선 10대 발명품 신제조법” 가운데 “제4 박사 제조법”이란 글입니다. 당시에도 법학통론 한 권 안 본 사람이 법학박사가 되고, 우주관이란 글자 하나 몰라도 철학박사가 되었다니 박사학위의 허술함이 엿보입니다.
몇해 전에는 가짜학위 소동으로 시끄럽더니 최근에는 박사학위 표절사건으로 또 한차례 홍역을 치루고 있습니다. 박사가 흔치 않던 시절인 1920년대 신문을 보면 아무개 박사 학위 논문 통과란 기사가 대문짝 만하게 실리곤 했지만 지금이야 흔해빠져서 그런지 박사학위를 땄다고 해도 별로 관심을 주지 않을 정도로 냉담해졌지요. 다만 지금도 시골 마을에서는 박사학위 취득자가 나오면 펼침막(현수막)을 걸어두고 잔치 하는 곳도 더러 있는 것 같습니다.
박사(博士)는 원래 고대에 전문 학자나 기술자에게 주던 벼슬 이름이었습니다. 백제에는 오경박사(五經博士, 시경 서경 역경 예기 춘추에 능통한 사람), 의박사(醫博士),역박사(易博士, 음양도에 관한 전문가),역박사(曆博士, 천문과 역법 전문가),노반박사(露盤博士, 불탑 주조 기술자),와박사(瓦博士, 기와기술자) 와 같은 다양한 박사가 있었고 이들은 고대 일본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하지요. 현대에서 박사의 의미는 “학문연구와 학술 진흥을 위하여 일정한 능력을 갖춘 자 또는 업적이 있는 자에 대해 대학이 수여하는 최고의 학위 또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고 풀이합니다. 박사가 뭐길래 박사제조법이 나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것을 거머쥐려고 하는지 씁쓰레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