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에는 삼밭을 갈고, 경칩에는 농기구를 정비하며, 춘분에는 올벼를 심고 청명에는 올기장을 심으며, 곡우에는 호미질하러 나가고 입하(立夏)에는 들깨를 심으며, 망종에는 모시와 삼을 거두고 하지에는 가을보리를 거두며, 입추에는 메밀을 심고 처서에는 올벼를 수확한다.” 위는 정조실록 22년(1798) 11월 30일 자 기록입니다.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일곱째인 입하(立夏)입니다. 입하는 여름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절기인데 ‘보리가 익을 무렵의 서늘한 날씨’라는 뜻으로 맥량(麥凉), 맥추(麥秋)라고도 하며, ‘초여름’이란 뜻으로 맹하(孟夏), 초하(初夏), 괴하(槐夏), 유하(維夏)라고도 부르지요. 이때에는 묘판에서 모가 한창 자라고, 밭의 보리이삭들이 패기 시작합니다. 집안에서는 부인들이 누에치기에 한창이며, 논밭에는 해충도 많아지고 잡초가 자라서 풀뽑기에 부산해집니다.
또 입하 때면 한창 찻잎 따기에 일손이 바빠집니다. 일반적으로 녹차는 곡우 전에 따 가공한 우전차를 최상품으로 칩니다. 하지만, 차의 성인으로 불리는 초의(艸衣)선사가 “우리 전통차는 곡우 전후보다는 입하(立夏) 전후가 가장 좋다”고 말한 것처럼 여름차가 더 좋습니다. 녹차는 아주 여린 잎으로 쪄서 만들지만 우리 전통차는 조금은 숙성한 잎으로 덖어서 만들기에 된장찌개와 숭늉의 깊고, 구수하며, 담백한 맛을 내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