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5 (월)

  • 구름많음동두천 15.3℃
  • 구름많음강릉 14.8℃
  • 구름많음서울 15.2℃
  • 구름많음대전 16.7℃
  • 구름많음대구 15.2℃
  • 흐림울산 14.2℃
  • 구름많음광주 17.0℃
  • 흐림부산 16.6℃
  • 구름많음고창 17.1℃
  • 흐림제주 17.3℃
  • 구름많음강화 14.5℃
  • 구름많음보은 13.6℃
  • 구름많음금산 16.5℃
  • 구름많음강진군 16.5℃
  • 흐림경주시 14.7℃
  • 구름많음거제 15.5℃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우리문화편지

2301. 봄날, 풀피리 소리로 날아서 그대에게 가렵니다

   

연산실록 11년(1505) 2월 20일 기록에 보면 “서울 밖의 운평(악기를 다루는 기생) 가운데 풀피리를 잘 불고 예쁜데도 숨겨진 자가 있을 것이니, 널리 다니면서 찾게 하라.”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원문에서는 “초적(草笛)”이라고 쓰였는데 “초금(草琴)”이라고도 했지요. 나뭇잎이나 나무껍질, 풀잎 따위를 입술로 불어서 소리는 내는 악기가 바로 풀피리입니다. 풀피리 연주자 가운데 나라에서 지정한 중요무형문화재는 없고, 현재 지방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데 보유자는 서울(제24호)의 박찬범 선생과 경기도(제38호)의 오세철 선생입니다.

조선 성종 때 성현(成俔) 등이 의궤(儀軌)와 악보를 정리하여 편찬한 음악서 《악학궤범》에 "예전에는 초적에 복숭아나무 껍질을 만 것이 있었다. 예전 사람이 이르기를 잎사귀를 입에 물고 휘파람을 부는데 그 소리가 맑게 진동하며, 귤과 유자의 잎사귀가 더욱 좋다 하였고, 또 갈대 잎사귀를 말아서 초적을 만드는 데 그 모양이 그와 같다 하였다. 지금은 벚나무 껍질을 즐겨 쓴다. 대개 나뭇잎이 단단하고 두꺼우면 다 쓸 수 있다. 그저 가만히 또는 세게 불어서 높고 낮은음을 만들고 이 사이로 혀끝을 움직여 악조를 맞춘다. 초적을 배우는 데는 선생의 가르침이 필요 없고 악절만 알면 다 할 수 있다."라는 글이 보입니다.

영조 20년(1744년)에 쓰인 진연의궤(進宴儀軌)에 따르면 초적 악사 강상문이 궁중 잔치에 참석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일제강점기 때는 강춘섭 명인이 초적 시나위와 초적 굿거리를 녹음한 유성기 음반도 남아있습니다. “듣고 계시는지요? 봄이 지는 문간에 잡풀만 수북하게 자라서 길이 보이지 않으니 나는 풀피리 소리로 날아서 그대에게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시인 풍경소리님이 블로그에 올린 아름다운 시입니다. 봄이 다 가기 전 풀피리 한 번 불어보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