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5 (월)

  • 구름조금동두천 9.2℃
  • 맑음강릉 13.0℃
  • 구름조금서울 10.9℃
  • 맑음대전 11.8℃
  • 맑음대구 11.1℃
  • 흐림울산 11.3℃
  • 구름조금광주 15.8℃
  • 흐림부산 14.6℃
  • 구름조금고창 15.4℃
  • 흐림제주 17.4℃
  • 구름조금강화 9.8℃
  • 맑음보은 11.4℃
  • 맑음금산 10.7℃
  • 구름많음강진군 15.9℃
  • 구름많음경주시 10.5℃
  • 구름많음거제 13.7℃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우리문화편지

2311. 500년 된 한글편지, 훈민정음 빠른 정착 증거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 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가슴이 뭉클해지는 이 글은 지난 1998년 4월 안동 이응태 무덤에서 출토된 424년 전 조선시대 원이엄마가 사별한 남편에게 쓴 한글편지 중 일부입니다.

당시 이 편지는 조선판 '사랑과 영혼'이라며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켰지요. 그런데 지난 21일 국가기록원은 이보다 더 오래된 한글편지를 공개했습니다. 그것은 대전 유성구 안정 나씨(安定羅氏) 무덤에서 미라와 함께 출토된 500여 년 전 조선시대 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담은 한글 편지였습니다. 국가기록원이 복원한 이 조선시대 한글편지는 지금까지 발견된 한글편지 중에서 가장 이른 때의 것으로 추정됩니다. 기존 순천김씨 무덤 출토 한글편지(충북대박물관 소장, 1555년)와 앞에서 예를 든 원이엄마 편지(1586년)보다 앞선 16세기 전반의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입니다.

“분(화장품)하고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내네. 집에 못 다녀가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에 있을꼬, 울고 가네.” 함경도 경성(鏡城) 군관으로 부임 받아 멀리 떨어져 있던 남편 나신걸(羅臣傑 15세기 중반~16세기 전반 추정)은 부인 신창 맹씨(新昌 孟氏)에게 위와 같은 애틋한 편지를 보낸 것입니다. 당시 분과 바늘은 매우 귀한 수입품이어서 남편의 아내에 대한 사랑과 식구에 대한 그리움을 알 수 있지요. 또한, 편지에 보이는 고어 한글은 매우 정성스럽게 한자 한자 정갈하게 썼습니다. 특히 16세기에 주로 쓰였던 높임말인 ‘~하소’라고 적고 있어 조선 전기 부부 사이 서로 높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편지는 대전 유성구 안정 나씨 종중 분묘 이장 중 나온 것으로, 신창 맹씨 목관 내에서 미라, 옷 그리고 여럿 껴묻거리(부장품)와 함께 출토됐지요. 편지는 16세기 전반 장례문화, 옷문화, 한글고어 같은 그 당시의 생활풍습을 추정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됩니다. 특히 이 언문 편지는 훈민정음이 반포(1446년) 된 지 60~80년밖에 지나지 않은 때에 남성이 쓴 것으로 훈민정음이 뜻밖에 빠른 시기에 백성 사이에 정착이 되었고 한글 편지가 남성과 여성 사이의 중요한 소통 도구였다는 증거라고 세종대왕과 훈민정음학, 2011, 지식산업사》을 펴낸 김슬옹 박사는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