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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318. 오늘은 망종, 보릿고개와 보리방귀 이야기

   

오늘은 24절기의 아홉째인 망종입니다. 망종(芒種)이란 벼, 보리같이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 곡식의 씨앗을 뿌려야 할 알맞은 때라는 뜻입니다. 더불어서 모내기와 보리 베기에 알맞은 때이기도 합니다. “보리는 망종 전에 베라.”는 말이 있는데 망종까지는 보리를 모두 베어야 빈 논에 벼도 심고 밭갈이도 할 수 있지요. 또 이때는 사마귀나 반딧불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매화가 열매 맺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그런데 보리 베기 전에는 "보릿고개 “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일제강점기인 1931년 6월 7일 자 동아일보에도 ”300여 호 화전민 보리고개를 못 넘어 죽을지경"이라는 기사가 있었던 것이지요. 또 “보릿고개”를 한자로 쓴 “맥령(麥嶺)”과 더불어 “춘기(春饑)”, “궁춘(窮春)”, “춘빈(春貧)”, “춘기(春飢)”, “춘기근(春飢饉)”, “춘궁(春窮)“, ”궁절(窮節)” 같은 여러 가지 말들이 조선왕조실록에도 자주 나옵니다.

이처럼 예전에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망종까지 헐벗고 굶주린 백성이 많았습니다. 보리는 소화가 잘 안 돼 ‘보리방귀’라는 말까지 생겼지만 보리방귀를 연신 뀔 정도로 보리를 배불리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기도 했습니다. 오죽하면 ‘방귀 길 나자 보리양식 떨어진다’는 속담이 나왔을까요. 그나저나 살이 쪄서 살빼기가 이야깃거리인 요즘에도 여전히 굶는 사람이 있다는 기사가 보이는데 굶는 이들이 어서 사라지고 '보릿고개'란 말이 옛말로만 남게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