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국모 명성황후는 1895년 10월 8일 일본순사 와타나베에게 시해당했고 그로부터 24년 뒤인 1919년 1월 21일 고종도 죽었습니다. 궁궐에서는 명성황후와 고종의 영전에 아침저녁 상식(上食, 상가에서 아침저녁으로 죽은 분에게 올리는 음식)을 올리고, 낮에는 차를 올렸습니다(茶禮). 이때 상식과 차를 올리면서 “상식발기(上食發記)”와 “다례발기(茶禮發記)”를 기록해 두었습니다. 이것은 음식발기(飮食發記)의 하나로 찬품단자(饌品單子)라고도 하며, 궁궐에서의 일상식과 잔치음식, 제사음식에 이르기까지 쓰는 모든 품목의 수량까지 기록한 자료입니다.
지난해 10월 경남 진주 경상대 도서관은 고종과 명성황후의 빈소·영전에 바친 궁중음식 498종의 이름을 적은 발기류 205점을 찾아냈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이 발기에 기록된 궁중음식들 가운데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속금배차탕’(배추탕의 하나)”, “잡과감태밀점증병(여러 재료가 들어간 찐떡)”, “나복황볶기탕(무 볶음 탕)”, “염고도어(염장 고등어)”, “티각증(찜)” 같은 177가지의 음식 이름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또 이 자료들을 보면 조선시대 궁중에서 수라상에 올렸던 음식들을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것으로 당시는 정월대보름, 삼월 삼짇날, 단오, 말복, 칠석, 한가위 같은 명절에 죽은 이가 살아있을 때처럼 정성껏 음식상을 차려 올렸음을 알 수 있지요. 그러나 이 귀중한 음식문화는 일제강점기 때 많이 사라졌습니다. 비록 궁궐의 음식문화이기 하지만 푸짐하고 다양한 몸에 좋은 선조의 지혜가 담긴 전통 음식문화를 다시 살려내는 일에 관심을 갖는 것도 좋을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