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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328. 오늘은 하지, 예나 지금이나 가뭄으로 걱정

   

“길던해는 짧아지고 짧든해는 길어지기 시작하는 하지가 오늘이다. 농가에서는 하지를 마지막으로 모를 심지만 비는 여전히 오지 않아 못자리들이 말라 모판이 터지고 있다. 총독부 수리과 조사에 의하면 전국의 논 110만 정보 중 90만 정보가 천수답이라고 한다. 만일 비가 오지 않으면 큰 흉작을 면할 수 없다고 한다.”

위는 1929년 6월 22일 동아일보 기사로 “오늘이 하지인데 비가 올 가망은 아득”이라는 제목으로 가뭄 걱정을 하고 있는 기사입니다. 83년 전 하지와 오늘은 하루 차이지만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 모습은 같습니다. 모내기도 그렇고 밭작물들도 바사삭 타들어가고 있어 하루속히 비가 내려야 하는데 하늘은 야속하게 맑기만 한 게 요즈음입니다.

옛사람들은 이러한 가뭄 때에 별 수 없이 무작정 기다리기보다는 정성껏 기우제를 지냈는데 조선왕조실록에도 왕이 손수 기우제를 지낸 기록이 수두룩합니다. 조선왕조실록의 가장 마지막 기록인 고종 때만도 186건의 기우제 기사가 보이는데 고종실록 19년(1882) 5월 4일에 “삼각산과 목멱산에서 여섯 번째 기우제를 지내다.”라는 기사에서 보듯 기우제 장소도 사직단, 종묘, 한강, 목멱산 따위로 다양한 곳에서 지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 기우제를 미신이라고 여기겠지만 그만큼 간절한 마음을 나타낸 것이라고 볼 수 있지요. 어서 대지를 해갈시킬 비가 내리길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