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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정취는 밤에 있다. 도회고 향촌이고 산곡이고 수변이고 간에 여름밤은 봄 아침, 가을 석양, 겨울밤과 같이 헤일 것이다. 여름밤은 짧은 듯하면서도 긴 것이다. 새로 한 시, 두 시…. 밤 가는 줄을 모른다. 뒤뜰에서 목물한 후 앞마당에 모깃불을 놓고 평상에 걸어 앉아 부채질도 한가로이 이 이야기 저 이야기에 반(半) 밤은 벌써 훌쩍 간다.
이는 1927년 8월 5일자 동광 제16호 염상섭의 “여름밤 량미만곡(凉味萬斛)”에 나오는 이야기로 뒤뜰에서 목물을 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예전에는 뒤란에 우물이 있는 집이 많았으므로 거기서 남자들이 주로 등물을 했지요. 등물, 등목, 목물, 등멱이라는 말로 쓰이는 등물이란 팔다리를 뻗고 엎드린 사람의 허리 위에서부터 목까지를 물로 씻어 주는 것으로 주로 남정네들이 등물을 하는데 이때 등물을 해주는 사람은 어머니거나 누이, 또는 아내와 같은 여성들이 맡았지요.
지금처럼 샤워시설이 잘되어 있는 시대에는 구태여 허리 위만 시원하게 해주는 등물을 할 까닭이 없지만 예전에는 우물가에서 흔히 등물을 했습니다. 더운 여름날 논 밭일을 하고 돌아와 우물가에 엎드리면 부인이 등물을 해준 뒤 우물 속에 채워두었던 시원한 수박 한쪽 먹으면 여름 더위가 저만치 사라지던 추억을 간직한 분들은 이미 한 세대 전 분들이지요. 우물가에서 하던 등물이 펌프가 등장하면서부터는 아예 펌프물 떨어지는 곳에 등을 대고 펌프질을 해대기도 했는데 세월과 함께 등물의 풍습도 보기 어려운 옛 정경이 되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