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전도(首善全圖)”라는 지도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수선전도(首善全圖)”에서 ′수선(首善)′이란 서울을 뜻하는 말로 “서울전도”라는 뜻입니다. 중국 후한(後漢)시대의 역사가 반고(班固)가 저술한 역사서인 《한서(漢書)》 <유림전(儒林傳)>에 ″건수선자경사시(建首善自京師始)″, 곧 으뜸가는 선(善)을 건설함은 서울에서 시작된다고 한 데에서 나온 말이지요.
수선전도는 여러 이본이 있는데 그 가운데 고려대 중앙도서관 소장 보물 제853호 목판 인쇄본은 1840년대 고산자(古山子) 김정호(金正浩)가 만든 지도로 당시 주요도로와 궁궐은 물론 종묘(宗廟)·사직(社稷) 그리고 다리·성곽·봉수(烽燧) 등에서 부(部)·방(坊)·동(洞)에 이르기까지 중요 땅이름 460여 개를 표기해놓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제작된 많은 목판 지도 가운데서 이 목판 지도가 높이 평가받는 것은 정확성, 정밀함, 크기에서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김정호 수선전도를 바탕으로 펜으로 필사한 수선전도도 있습니다.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296호로 지정된 연세대박물관의 수선전도는 제목만 한자이고 나머지 땅이름 등은 한글로 만든 것이 특이합니다. 이 지도에는 당시 한양의 땅이름이 빼곡하게 한글로 적혀 있고 밑에는 영문으로 설명이 되어 있지요. 1892년 무렵에 제작되었으며 미국인 선교사들이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글본 한양지도가 드문 가운데 이 수선전도는 조선 말기 한양의 땅이름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 매우 귀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