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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다 변했지만 특히 주거환경의 변화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변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 말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화장실 곧 뒷간의 변화는 큽니다. 요즘도 더러 시골집에 재래식 뒷간이 있지만 예전에는 어느 집이나 집 뒤꼍 또는 마당 끝에 뒷간이 있었지요. 화장실을 예전에는 칙간, 뒷간, 변소와 같은 말로 불렀는데 이곳에 사람들은 변소각시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 귀신은 젊은 여자 귀신으로 지방에 따라 측신(厠神), 칙간조신, 부출각시, 칙시부인, 칙도부인이라고 했습니다. 우암 송시열(宋時烈, 1607~1689)의 《송자대전(宋子大全)》에 보면 자고신(紫姑神) 이야기가 나옵니다. ‘자고라는 여인은 남의 첩이 되었는데 그 정실부인의 시기를 받아 늘 측간 청소하는 일을 하다가 그만 죽게 되었다. 훗날 사람들은 이를 측신(厠神)이라 부르며 그 신이 영험하다 하여 그가 죽은 1월 15일 측간에 제사하고 모든 일을 점쳤다’는 기록이 보입니다.
이 측신각시는 머리카락이 길어서 그것을 자기 발에 걸어놓고 세는 것이 일인데 그러다가 사람이 뒷간에 올 때 자기를 놀라게 하면 그 머리카락을 뒤집어씌우는데 그러면 그 사람은 병이 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밤에 뒷간에 갈 때는 헛기침을 한다고 하지요. 변소 각시 말고도 어린시절에는 노랑 달걀귀신이나 빨강 달걀귀신 이야기도 자주 들어 혼자 변소 가기가 무서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럴 때면 어머니나 누나가 뒷간 밖에서 기다려 주던 추억이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