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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6월이면 부여에서 내포제 시조창 강습회가 열리고 있다. 때를 맞추어 문화재 보유자인 김연소 명창의 개인 발표회도 열리고 해서 시조를 좋아하는 전국의 애호가들이 부여로 발걸음을 하게 될 것이다.
<내포제 시조>란 내포지방, 즉 충청남도 서해 바닷가와 인접해 있는 홍성, 당진, 서산, 서천, 보령, 부여, 청양, 연기, 논산, 예산 지역에서 부르고 있는 3장 형식의 간결한 노래선율을 말한다. 충청남도에서는 일찍이 이 <내포제 시조>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그 보존과 계승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초대 보유자는 고 소동규 명인, 2대 보유자는 고 김원실 명인, 그리고 현 보유자는 김연소 명인이다. 충남의 시조인들은《충남통합시우회》를 조직하고 보유자를 중심으로 내포제시조의 확산과 보급을 위해 해마다 시조 강습회를 열기도 하고, 가을에는 전국적인 시조창대회를 열기도 한다. 그 중심에 김연소 명인을 포함한 이규환, 김영숙 등과 같은 열성있는 시조인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충청 지역에 <내포제시조>가 전해오는 것처럼 경상도 지역에는 <영제시조>가 있고 전라도 지방에는 <완제시조>가 전해오고 있다. 물론 이러한 시조들은 서울 경기지방의 <경제시조>에서 파생된 향제시조들인 것이다.
과거 전통사회에서 지식인들이나 상류사회의 인사들은 시조를 짓고 이를 스스로 창으로 즐겨 불렀다. 촉급하지 않은 느짓한 장단과 유연한 선율의 흐름을 긴 호흡으로 가다듬는 고품격의 노래가 바로 시조창이었던 것이다.
시조음악의 역사나 변천은 《유예지》와《구라철사금자보》또는《서금보》와 같은 악보로도 충분히 증명이 된다.
특히 충청지방에 전해오는 <내포제시조>는 경제시조, 혹은 타지방의 향제시조와 비교해 볼 때, 몇 가지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 선율의 진행에서, 장식음이나 시김새의 처리에서, 모음(母音)을 분리하는 발음법이나 세청(細淸)의 창법에서, 그리고 가사를 붙이는 박소(拍所)나 종지박의 위치 등에서 차이점이 발견된다는 말이다. 다른 시조와 비교해서 차이점이 발견된다는 의미는 곧 독자적인 개성이며, 개성은 그 자체의 특징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도 내포제 시조의 전승가치는 충분하다 할 것이다.
충청도 양반사회에서 시조 한 장 못 부르는 사람은 양반 대접을 받지 못했다는 말이 있다. 사람을 평가하는 기본 잣대였던 전통의 시조창도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현재는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어서 안타깝기만 하다. 이러한 상황에 굴하지 않고 <충남통합시우회>가 해마다 내포제시조의 보급을 위해 전국적인 시조강습회와 시조 경창대회를 스스로 개최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조뿐 아니라 국악계 전반에 이바지하는 바가 여간 큰 것이 아니다.
이에 더하여 김연소 명인이 그의 이름을 걸고《시조창 발표회》를 해마다 준비해 왔다는 사실 또한 내포제 시조를 사랑하는 그의 열정과 용기를 알게 하는 대목이다. 보유자가 되면 마치 정상의 자리에 올라서 더 오를 곳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노력해 온 결과를 무대에서 검증받고자 하는 학구적이고 겸손한 태도는 타에 본보기가 될 것이다.
바라건대, 충남지역의 여러 유지가 앞장을 서고, 공무원과 학교의 교사, 학생들, 그리고 애호가들이 목청을 돋우며 시조 부르는 모습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말만을 앞세워 ‘국악사랑’을 외치는 사람들보다 시조 한 장이라도 직접 배워서 불러보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부여를 찾아온 일본인들의 눈에 이러한 모습이 비친다는 것은 상상 그 자체만으로도 흐뭇하다.
이러한 가치를 지켜나가려고 강습회, 연수회, 경창대회 등을 쉼 없이 개최해 왔고, 자신의 시조창 발표회를 꾸준히 갖는 김 명인과 <충남통합시우회> 여러분의 열정과 용기를 높이 평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