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가 이 같은데 성 쌓는 곳에서 감독하고 일하는 많은 사람이 끙끙대고 헐떡거리는 모습을 생각하니, 밤낮으로 떠오르는 일념을 잠시도 놓을 수 없다. 이러한데 어떻게 밥맛이 달고 잠자리가 편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처럼 생각한다고 해서 속이 타는 자의 가슴을 축여 주고 더위 먹은 자의 열을 식혀 주는 데 무슨 보탬이 되겠는가. 따로 한 처방을 연구해 내어 새로 약을 지어 내려보내니, 나누어 주어서 속이 타거나 더위를 먹은 증세에 1알 또는 반 알을 정화수에 타서 마시도록 하라”
위는 정조실록 18년(1794) 6월 28일 자 기록으로 정조 임금이 화성을 쌓는 공사장의 감독이나 일꾼들이 더위에 지쳐 몸이 상할 것을 걱정한 나머지 더위를 씻어주는 척서단(滌暑丹) 4천 정을 지어 내려보냈다는 내용입니다. 오늘은 24절기의 열세 번째인 입추(立秋)이자 말복(末伏)입니다. 가을로 들어선다는 입추지만 아직 혹독한 말복더위가 대지를 달구고 밤에는 열대야로 잠못들게 하는 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요즘처럼 복지경(伏地境, 더위가 한창인 때)엔 자칫하면 짜증이 나기 마련입니다. 절대군주였던 정조임금은 궁궐에서 시원하게 지낼수 있었겠지만 낮은 자세로 백성의 안위를 걱정하여 척서단이란 약까지 만들어 나눠주라 한 것처럼 무더위 일수록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 다면 불쾌지수 쯤은 날려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