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믄해(천 년)가 지나도 썩지 않는다는 “닥종이”는 “한지”라고도 하는데 닥나무나 삼지닥나무 껍질을 원료로 하여 뜹니다. 한지는 붓글씨용으로도 쓰이지만 지승예, 지호공예, 전지공예, 지장공예, 지화공예와 같은 여러가지 공예용으로도 쓰입니다. 그 가운데 지장공예는(紙裝工藝)는 일정한 틀에다 한지를 오려붙여 만든 전통공예품을 일컫지요.
종이만 발라 콩물이나 감물, 옷칠 따위로 마감하기도 하고, 그 위에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려 마무리하기도 합니다. 작품에는 지장, 함, 서류함, 화살 통, 안경집, 동고리(껍질 벗긴 버들, 싸리채, 대오리, 종이 따위 상자같이 만든 저장용기). 지독(종이를 삶아 짓찧어서 만든 독), 갈모(비 올 때 갓 위에 덮어 쓰는, 기름 먹인 종이로 만든 모자) 그밖에 많은 유물이 있지요.
지장공예의 하나인 종이로 꾸민 지장책장은 조선 문인화에서도 나옵니다. 겸재 정선(1676 ~ 1759)의 <독서여가(讀書餘暇)> 그림에서도 그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지장장식은 당시 양반들이 좋아 하던 것으로 계절에 따라 어울리는 종이를 새것으로 바꾸고, 여기에 그림이나 글씨를 써서 표현하기도 했지요. 특히 인천국제공항 전통가구 전시실의 지장책장(19세기 소나무, 백동장식)은 나무 살을 우리나라 전통 창살문처럼 만들어서 운치를 더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