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초 오키나와, 필리핀, 마카오를 여행한 사나이가 있었습니다. 홍어장수 문순득(文淳得1777~1847)이 바로 그 주인공으로 그는 1801년 12월 그의 작은아버지와 마을사람 6명과 함께 흑산도 남쪽 섬으로 홍어를 사러 갔다가 폭풍을 만나 표류한 까닭에 뜻하지 않게 아시아 여러 나라를 여행하다가 3년이 넘어서야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의 아시아 체험기는 우이도(牛耳島, 지금 소흑산도)에 유배되어 머물던 정약전(丁若銓)이 대필(代筆)한 ≪표해시말(漂海始末)≫에 전합니다.
이 책은 중국, 안남(베트남), 유구(오키나와), 여송(필리핀) 등의 언어와 풍속을 소개하고 있어 해양문학 자료로서 가치가 있지요. 특히 부록에는 112개의 오키나와말과 필리핀말을 적어 두어 귀중한 언어학 연구자료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의 더 큰 값어치는 말도 통하지 않던 낯선 곳에 표류되었음에도 절망하지 않고 그곳의 말을 적극적으로 배운 것은 물론 현지의 기술을 배워 돌아갈 여비를 마련하는 눈물겨운 노력과 꿋꿋한 삶의 자세 일 것입니다. 또 하나 정약전이 양반 신분임에도 반상의 차이를 따지지 않고 표류했던 홍어장수의 말을 꼼꼼히 적어서 ≪표해시말(漂海始末)≫에 기록한 점도 있지요.
목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홍어장수 문순득, 아시아를 눈에 담다’라는 제목으로 내일(9월 25일)부터 11월 25일까지 문순득의 아시아 체험기 특별전을 엽니다. 이 특별전에서는 ≪표해시말(漂海始末)≫과 함께 그의 집안에서 대대로 보관하였던 유물을 포함 오키나와, 필리핀, 마카오의 풍속 관련 유물과 자료 총 150여 점이 전시됩니다. 19세기 홍어장수 문순득의 불굴의 집념을 엿보러 아이들과 목포 나들이 한번 다녀오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