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한자로 쓰인 편액(현판)들을 보면 모두 글씨가 오른쪽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런 예로 경복궁 근정전과 창덕궁 인정전은 물론 순천 선암사 뒷간 한글편액도 역시 오른쪽부터 쓰였지요. 그런데 한양 성곽 4대문의 하나인 숙정문과 4소문의 하나인 혜화문은 왼쪽부터 쓰였습니다. 최근 한양 성곽나들이를 다녀온 분들이 이에 대해 의문을 던졌지요.
원래 문화재 복원은 원형대로 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1396년 완공된 숙정문이나 혜화문의 편액도 당연히 오른쪽부터 쓰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숙정문은 1976년, 혜화문은 1992년 복원하면서 편액도 새로 만들어 달았습니다. 그때 복원의 주체들과 편액을 만들었던 장인들이 원형대로 복원한 것이 아니라 현대에 맞춰 왼쪽부터 쓰기로 했다고 합니다.
상징성을 고려해서 한글로 달자며 한글단체가 강력히 주장했는데도 광화문 편액은 굳이 원형대로를 고집하며 한자로 써 달았는데 숙정문과 혜화분 복원 때는 왜 이런 원칙이 적용되지 않았는지 모릅니다. 들리기로는 군사정권의 권력 남용과 무지 때문이라고도 합니다만 아쉬움은 남습니다. 원형을 떠나서도 한자 가로쓰기는 오른쪽부터 쓴다는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으니 이를 보는 국민은 혼란스러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