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겨레는 한옥이란 주거공간에서 오랫동안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한옥은 앞에 마당, 뒤뜰엔 정원을 두었지요. 또 마당에는 잔디를 깔거나 꽃, 나무들을 심지 않고 빈 공간으로 놓아둡니다. 우리 겨레의 슬기로움이 담겨있는 그 까닭을 알아볼까요.
그렇게 구조를 만든 가장 큰 까닭은 바로 자연을 활용한 과학적 삶의 지혜입니다. 마당을 빈 공간으로 놔두면 여름에 햇볕에 달궈져 뜨거운 공기가 만들어져 위로 올라갑니다. 이때 마당과 꽃과 나무가 있는 뒤뜰 사이엔 기압차가 생겨 바람이 불게 되지요. 그 바람은 대청마루를 빠르게 통과함으로써 시원하게 여름을 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니지요. 빈 공간의 마당은 수시로 다양한 삶의 형태가 전개되는 곳으로 다시 태어나곤 합니다. 우선 마당은 평소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고, 집안에 행사가 있으면 행사장이 됩니다. 혼례가 있으면 혼례식장, 상사가 나면 장례식장이 되기도 하는 것이지요. 또 가을철 추수 때가 되면 마당에서는 타작을 하기도 합니다. 한 가지 더 마당은 조명장치의 구실도 합니다. 한옥은 처마가 깊어 처마 아랫부분이 어두워지지만, 마당에 반사된 빛이 처마 아래를 골고루 비춰주기 때문에 마당은 한옥의 조명장치가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에게서 멀어져가는 한옥 다시 되돌아볼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