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으집 하이칼라는 다꾸시를 타는데
우리집의 멍텅구리는 똥구르마만 끄네
정선읍내 물레방아 물살을 안고 도는데
우리집의 서방님은 나를 안고 돌 줄 모르나“
위 노래는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 정선아리랑의 일부입니다. 하이칼라와 견주어 남편의 무능함을 ‘똥구르마를 끄는 멍텅구리’라고 빗댑니다. 그뿐만 아니라 성적으로 제구실을 못하는 남편을 물레방아에 견주어 조롱하는 것이 재미납니다. 그러나 악에 받쳐 남편을 욕한다기 보다는 걸쭉한 입담으로 가슴속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내는 소리지요. 이렇게 정선아리랑은 한이 맺혀 있다기보다는 두메산골 정선 사람들의 고달픈 삶을 풍자와 해학으로 담아낸 소리입니다.
1926년 10월 1일 일제에 의해 헐리고 망가진 경복궁 앞에 거대한 조선총독부 낙성식이 거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날, 종로 단성사에서는 중대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스물다섯의 청년 나운규(羅雲奎)가 감독, 각본, 주연을 맡아 첫 영화로 만든 영화 ‘아리랑’이 개봉된 것이지요. 이 날의 광경을 주연배우 신일선(申一仙)은 '목 놓아 우는 사람, 아리랑을 합창하는 사람, 조선독립만세를 외치는 사람까지 감동의 소용돌이였다.'고 회고했습니다. 이 영화 “아리랑”은 항일운동으로 옥고를 치른 나운규가 민족의 아픔과 굽히지 않는 항일민족정신을 영화 속에 담아낸 것입니다.
최근 아리랑은 유네스코 심사보조기구 평가결과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 권고된 사실이 알려져 아리랑이 다음 달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민요, 세계 어디를 가나 한민족이면 손에 손 잡고 부르는 아리랑이 드디어 세계가 인정하는 인류문화유산이 되는 것입니다. 1926년 우리 겨레가 목 놓아 부르던 아리랑, 어쩌면 지금도 목 놓아 불러야 할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