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뒷길에는 “이면도로 안전한 교통환경 조성을 위한 제한속도 하향”이란 길다란 펼침막(현수막)이 붙어있습니다. 지나다니면서 그 펼침막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꼭 “이면도로”라 하여 국어사전에도 없는 어려운 한자말을 써야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조성, 하향 같은 한자말로 펼침막이 온통 도배가 되어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이면도로”는 없고 “이면(裏面)”만 설명이 되어 있는데 그 뜻을 보면 “1. = 뒷면, 2. 겉으로 나타나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라고 풀이되어 있지요. 그렇다면 “이면도로”는 “겉으로 나타나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길”이란 어색한 말이 됩니다. 따라서 “이면도로” 같은 말 보다는 뒷쪽에 있는 길이란 뜻으로 토박이말인 뒤안길 또는 속길로 하면 뜻이 명확해지고 어린아이도 알기쉬운 말이 될 것입니다.
요즈음은 '올레길'을 비롯하여 우회로를 뜻하는 '에움길' 같은 아름답고 정겨운 토박이말을 많이 쓰는 추세입니다. 또한 우로굽은 길, 좌로 굽은 길 같은 말을 도로 표지판에 새기고 있는 가 하면 일본말인 노견을 '갓길'로 바꿔 부른지도 오래전 일입니다. 이면도로 역시 뒤안길로 바꿔 “뒤안길 안전한 교통환경을 만들기 위한 제한속도 낮추기”라고 쓰면 좋지 않을까요? 낱말 하나라도 우리 토박이말로 바꿔 쓰려는 노력은 우리 정신을 이어가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우리말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