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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422. 혼분식과 도시락 - 그 때를 아십니까(38)

   

“들에는 맑은 바람 뜨거운 햇볕 / 빛깔도 곱게 오곡을 키워 / 그 곡식 고루 먹고 자라는 우리 / 넘치는 건강에 살찌는 살림 / 쑥쑥 키가 큰다 힘이 오른다 / 혼식 분식에 약한 몸 없다 / 하얀 국수가락 맛좋은 빵에 / 고소한 잡곡밥 그 맛을 알며 / 해와 같이 밝은 마음 튼튼한 육체 / 우리도 넉넉히 살수 있어요 / 쑥쑥 키가 큰다 힘이 오른다 / 혼식 분식에 약한 몸 없다” 위는 혼분식을 장려하기 위해 부르게 한 “혼분식의 노래”입니다.

1969년 1월 정부는 농림부·보건사회부·내무부 합동으로 혼분식 장려 정책을 시작했지요. 겉으로야 혼분식을 하면 몸이 건강해진다고 홍보했지만 사실은 식량이 모자라 잡곡이나 밀가루로 보충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당시 모든 음식점에서는 쌀밥에 보리나 밀가루를 25% 이상 섞어야 했고,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은 무미일(無米日) 곧 '분식의 날'이라 하여 낮 11시부터 저녁 5시까지 쌀밥을 팔지 못했지요.

음식점 만이 아니라 학교에서도 날마다 도시락 검사를 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쌀밥을 먹이려던 어머니들은 흰쌀밥을 보리밥으로 가린 도시락을 싸주었는데 이것이 들통나 벌을 받기도 했지요. 식량 자급에 성공한 1977년 이 무리한 혼분식 장려정책은 사라졌지만, 훈분식 장려 때문에 한국인의 입맛은 밀가루에 길들여졌습니다. 요즈음도 쌀밥 보다는 빵과 국수 그리고 라면을 즐겨 먹는 사람들이 많은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