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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423. 보초병의 마음까지 헤아리던 학산 윤윤기 선생

   

아침부터 저녁까지 산을 바라보고 섰으니
세찬 비바람 맞으며 배고픔과 추위에 떨고 있네
멀리 거친 하늘 바라보니 눈보라 몰아치고
다시 광야를 바라보니 날이 저물어 가는구나
눈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리니 목이 너무 뻣뻣하고
발은 한곳에 머물러 있으니 다리는 한가하구나
조국의 흥망성쇠가 두 어깨에 걸려 있으니
어찌 살아서 고국에 돌아가랴

이 시는 학산 윤윤기(1900-1950) 선생의 ‘보초병을 생각하며’라는 시로 만주 벌판에서 독립운동을 할 때 보초병들의 모습을 보면서 애틋한 마음으로 쓰신 시입니다. 학산(學山) 선생은 전남 보성 출신의 항일독립운동가이자 민족교육에 앞장섰던 분이지요. 또 일제강점기에 “바른 사람, 바른 인재를 길러낸다.”라는 뜻으로 고향에 양정원(養正院)을 세워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받아들인 열린학교의 창시자이기도 합니다.

양정원에서는 수업료는 물론 책과 학용품까지 무료로 제공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쳤지요. 그리고 이곳은 여덟 살부터 서른 살까지 다양한 학생들이 전국에서 몰려들었는데 그 중심에는 언제나 학산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학산 선생은 1950년 7월 22일 미력면 예재 고갯길에서 철사 줄에 묶인 처참한 주검으로 발견됩니다. 51살로 비명에 가신 것이지요. 민족의 비극인 6.25 전쟁 때 선생은 좌경 성향의 친지들을 챙기다 우익 경찰에게 희생을 당 한 것입니다. 날이 추워지는 계절이면 만주 벌판에서 독립운동을 하면서 보초병의 애환에 가슴 아파하며 시를 쓰신 학산 선생의 우국충정이 되새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