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24절기의 스물한째 대설(大雪)입니다. 한해 가운데 눈이 가장 많이 온다고 하여 대설이지만, 원래 24절기의 기준점 중국 화북지방과 우리나라는 지역이 다르기 때문에 꼭 이때 눈이 많이 오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번 대설 즈음엔 눈이 많이 올 모양입니다. 이미 어제도 많이 왔고, 내일도 많이 올 거라는 예보가 있었지요. 김광균 시인은 “설야(雪夜)”라는 시에서 눈이 오는 정경을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라고 읊조립니다.
“눈은 보리의 이불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눈이 보리를 덮어줘야 추위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눈이 오지 않으면 기우제처럼 기설제(祈雪祭)를 지냈습니다. 숙종실록 11년(1685) 11월 13일 자 기록 “절후(節候)가 대설(大雪)이 지났는데도 한 점의 눈도 내리지 아니합니다. 중신(重臣)을 보내서 기설제(祈雪祭)를 종묘(宗廟)와 사직단(社稷壇) 그리고 북교(北郊)에서 행하기를 청합니다.”라고 임금에게 청하는 부분이 보이지요.
히말라야 산맥에 있는 카트만두라는 작은 왕국에는 '할단새'라는 전설의 새가 있다고 전해집니다. 그런데, 이 사나운 할단새[鳥]도 이 대설 즈음만은 눈보라에 꼼짝 못한다고 하지요. 혹독한 추위의 밤 동안 할단새는 늘 “날이 새면 집 지으리라.”고 맘먹지만 따뜻한 낮에는 빈둥빈둥 놀기만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낮에는 즐기다가 늘 밤이 되면 추위에 떨며 후회하는 할단새, 우리에게도 커다란 교훈을 주는 듯합니다. 가을 동안 수확한 피땀 어린 곡식들이 곳간에 가득 쌓여 있는 때로 끼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앞날을 대비하는 자세는 대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