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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85. 소금(小) 가락은 장식음이 풍부하여 화려하다

   

 

신라의 3죽 중에서 가장 작은 악기로 가장 높은 소리를 내는 악기가 바로 소금(小)이다. 서양 악기에 피콜로와 비슷하다. 소금은 주로 궁중의 합주음악에 쓰였을 뿐, 독주나 노래 반주 등에는 편성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민속음악이나 줄풍류에도 쓰이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의 창작 국악곡에서는 높은 음역을 담당하는 악기로 또는 독주악기로 폭넓게 쓰이고 있다.

조선조 성종 때의 유명한 악서, <악학궤범>의 악기조에는 소금의 구조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이 없이“소금의 제도는 대금과 같다”고 하였으며, 속악진설도설(俗樂陳設圖說)을 보면 소금은 당시의 종묘 영녕전(永寧殿) 헌가에만 편성될 뿐, 모든 속악진설에는 언제나 당적(唐笛)이 편성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적이란 중국에서 들어온 작은 횡적을 말한다. <악학궤범> 이후에도 당적은 문헌에 계속 그 이름이 보이고 있지만, 소금은 거의 그 이름을 찾기 어렵게 되었던 것이다.

조선조 후기의 각종 의궤(儀軌)와 1930년대 이왕직아악부에서 편찬한 <아악생교과철> 의 악기편에도 당적의 이름만 보일 뿐, 소금은 빠져 있다. 소금은 <악학궤범>이후 사용되지 않은 듯이 보인다. 이러한 상황으로 짐작하건대 소금은 그와 흡사한 음역이나 음색을 지니고 있던 당적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밀려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두 악기가 유사하다면 왜 소금을 쓰지 않고 당적을 썼을까? 조선조 전기 중국문물을 숭상하던 사대주의 사상이 남아있던 탓인가.

1920`~30년대 이왕직아악부 시절에도 당적은 그 음역이라든가 악기의 음정이 당악계 악곡을 연주하는 데만 적합했을 뿐, 향악계의 악곡에는 맞지 않아서 불편한 점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아악부 악사들은 당적의 제1공을 임시로 막고 사용하는 반면, 원래부터 사용하지 않던 제7공을 이용하여 제일 낮은 음인 임종(林鐘)을 내는 등, 편법을 써서 향악계의 음정에 맞도록 만들어 썼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당적을 변형시켜 쓰던 가로 부는 작은 관악기는 1955년 3월부터 <국립국악원 부설 국악사양성소(포이동 소재의 현 국립국악고교의 전신)>의 교육용으로 쓰이기 시작하면서 현행과 같은 체제로 제작되었고 소금이라는 명칭도 되찾아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원래 소금의 음색이나 생김새, 연주법 등이 당적과 흡사하여 구별이 어려웠는데, 소금의 부활 이후에는 당적으로 연주되던 악곡까지도 소금으로 연주하게 되었고 최근에는 오히려 당적이 쓰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소금의 재료로는 황죽도 무방하지만, 대금의 재료와 같이 쌍골죽(雙骨竹)이 더욱 좋다. 자연생 대나무로 만드는 만큼 내경의 지름이나 길이, 또는 각 지공간의 간격이 일정치는 않으나, 대체로 길이 40cm정도에 지름이 2.2cm정도가 적당하다.

소금이 편성되는 음악으로는 정악의 <수제천>이나 <삼현영산회상> <자진한잎> <취타(吹打)> 계열 관악위주의 합주곡이나 <여민락> <수연장> <평조회상>과 같은 관현합주곡에 편성된다. 특히 수제천에서 소금이 만들어 가는 고음(高音)의 여음(餘音)가락은 너무도 선명하고 화려하여 인상적이다. 전통적으로 소금가락의 주된 흐름은 대금과 흡사하지만 장식음이 훨씬 풍부한 편이다.

소금은 관악기 중, 가장 높고 맑은 음색을 자랑하는 악기이다. 때문에 다른 관악기들은 대부분 복수로 편성되고 있으나 소금만은 언제나 단수로 편성되어 그 가락이 뚜렷하게 들린다.

한때, 당적과 혼동되어 문헌에는 그 이름이 나타나지도 않았으나, 1950년대 이후, 오늘날에는 소금을 다룰 수 있는 국악인들이 다수 배출되었고, 이와 함께 각 대학에서는 전공자도 양성하게 되었으며 각 악단에서도 소금의 연주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큰 다행이다. 더욱 더 우리를 기쁘게 만들어 주는 소식은 초등학교 음악시간에 소금을 다루도록 교과서에 게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로 하여금 단소를 불 수 있도록 지도해 왔는데, 앞으로는 단소와 함께 소금도 지도하도록 포함되어 있어서 학생들이 손쉽게 학교에서 배울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이 땅의 어린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전통의 악기를 다루게 한다는 높은 차원의 결정을 우리는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바이다.

10여 년 전부터 대학의 국악과를 졸업한 전문가들을 예술강사로 선정하여 각급학교에 파견하는 국악분야 예술강사 제도가 이제는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니만큼 각급학교에서는 이들의 도움을 받으면 큰 무리 없이 소금교육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어린이들이 모여 앉아 소금으로 우리 노래를 연습하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