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심상건의 1920~30년대의 공연활동이나 방송활동 이야기, 가야금산조를 비롯하여 풍류, 병창, 단가, 판소리, 시나위, 민요, 기악, 무용반주 등 취입 음반이 40여 매를 넘고 있는 점으로 당시 대중들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는 이야기, 광복 후에 녹음한 30여분 소요의 산조가《5·16 민족상》의 본선 지정곡이 되어 세상에 다시 알려지게 되었다는 이야기, 45년전 이 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학생이 바로 심상건 산조 전 바탕을 재현하게 된 서원숙 교수라는 이야기, 심상건이 말한 <풀고 죄는 맛>과 음악미학의 대가 한슬릭(Hanslick)의 <긴장과 이완>의 표현이 맥을 같이 한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심상건류 가야금 산조음악이 다른 명인들의 음악과 다른 점, 즉 음악적 특징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다. 그 동안 국악연구자들은 심상건의 산조음악에 관심을 갖고 학위 논문을 비롯한 연구 결과물들을 발표해 왔다. 논의해 온 내용들을 정리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각 음반마다 담겨있는 산조의 가락은 대부분이 동일하거나 유사하지 않은 다른 가락으로 연주되어 있다. 그만큼 즉흥성이 강조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둘째, 음계나 본청의 변화가 많지 않아 비교적 단순한 음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셋째, 3분박 진행에서 2분박 구조로 변형리듬이 강조되고 있다.
넷째, 저음의 조현법을 사용하여 평조의 느낌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다섯째, 전라도제 김창조 계열의 산조가 고음에서 저음으로 이동하는 것과는 달리, 심상건 산조는 저음에서 고음으로 선율선이 이동한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적인 심상건 가야금산조 음악에 대해 일부에서는 또 다른 시각이 없지도 않은 것이다. 다시 말해 심상건은 연주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가락으로 산조를 구성하는 즉흥성으로 인해 오해 아닌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심상건의 즉흥 가락은 김창조 계열의 가락과 다르기 때문에“심상건은 선생에게 똑바로 배운 가락이 아니고 가야금을 자득(自得)한 것이다. 즉 혼자서 익혔다”는 말이 생겼는가 하면, 저음이 중심을 이루는 남다른 조현법을 쓰기 때문에 선율의 형태가 화려하지도 않고 또한 기교도 전라도 산조와 다르기 때문에‘심상건은 심정순 숙부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안 받았다?’, ‘독학이다?. 아니다?’, ‘명성에 비해 연주가 그저 그렇다?’, ‘일정한 체계성을 갖추지 않았다?’등의 부정적인 시각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가야금 산조의 시조를 전라도 영암 땅의 김창조라는 주장이 굳어진 상황에서 전라도 산조와 전혀 다른 심상건의 산조를 세인들이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산조 음악의 특성이 연주자의 개성 표출이라는 기본적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의 편견일 수도 있다. 더군다나 다양한 표현이 용납되는 산조음악에서 나와 다른 가락이나 표현법을 부정적으로 보려는 시각은 옳은 태도가 아니라고 보겠다.
말도 전라도 말과 경상도 말, 충청도 말이 서로 다른 것처럼 말을 바탕으로 그 위에 가락을 얹은 음악이야말로 다르게 표현되는 것이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산조가 음반이나 녹음으로만 남아 있고, 뚜렷한 전승자가 없다는 점은 이 산조의 확대 발전을 중지시킨 치명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심상건 가야금산조의 미(美)적 특징으로 전 국립국악원장 성경린은“화려보다는 질박, 감미보다는 난삽, 그리고 섬세보다는 오히려 묵화의 풍운 같은 담백을 생각하게 한다. 중후한 아랫소리를 쓰기에 깊은 철학이 담겨있다.”고 말한바 있다.
또 심상건에게 잠시 배운바 있는 황병기 역시“그 무겁고 깊은 음색과 흘러넘치는 듯한 풍성한 농현법은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곡 전체가 낮은 음에서 움직이는 부분이 많아 전체적으로 깊고 중후한 맛을 지니고 있으며, 가곡적인 성격이 강한 반면, 조의 변화가 적어 조금 단조로운 면도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심상건 가야금 산조에 있어서 최대의 특징이란 뭐니 뭐니 해도 즉흥성이라 하겠다. 즉흥성이란 특징적 요소가 전수에는 어려운 문제가 있으나, 가야금 음악의 다양성과 함께 창조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는 산조이어서 심상건류는 보존가치가 매우 높다 할 것이다.
심상건이 충남 서산에서 출생하였고, 충청제 산조를 심정순으로부터 익힌 뿌리 깊은 음악유산임에 틀림없다. 다소 늦기는 했어도 더 늦기 전에 충청남도는 이를 도문화재로 지정하여 충청도의 전통 소리를 다시 되살리는 작업을 서둘러 줄 것을 권한다. 하루속히 그 보존과 전승이 이어져야 할 귀중한 민속음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