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4일은 일본의‘성인의 날(成人の日)’이었다. 올해 스무 살을 맞이하는 젊은이들에게 성인이 됨을 축하하고 사회구성원으로 책임을 다하도록 인식 시켜주는 날이 성인의 날인데 갓 성인이 된 사람을 일컬어 일본에서는 신성인(新成人)이라고 부른다.
성인의 날을 맞아 다이아몬드온라인(ダイヤモンドオンライン) 회사에서는 이들 신성인들이 미래를 어떻게 내다보는가에 대한 이른바 2013년 신성인에 관한 설문조사 (2013年 新成人に關する調査)를 했는데 결과는 77%가 어둡다고 답했다.
어둡다고 생각한 이유는 지속되는 불경기, 수출로 먹고 사는 일본의 엔고현상 지속, 고령화사회를 우려하는 남성들의 답과 젊은 세대를 키울 만한 일본 사회의 에너지 고갈, 자녀 양육의 지원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등의 여성들의 답이 주류를 이뤘다.
여기서 미래가 어둡다고 답한 여성들의 답을 좀 더 세밀히 들여다보면 “젊은이를 키워낼 기력이 없는 사회, 그러한 정치판, 저자녀 출산임에도 지원이 부족한 현실, 몰상식한 사회인의 증가”같은 이유가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것은 이웃 일본만의 일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올해 만 스무 살을 먹는 젊은이들의 잔치인 성인의 날은 1999년까지는 1월 15일로 못 박았었는데 2000년부터는 1월 둘째 주 월요일로 옮겨 각 지역마다 시청이나 구청 단위로 성대한 성인식을 하고 있다. 외국인들에게 특히 이 날이 기억되는 것은 “하레기(晴れ着)”라고 해서 전통 기모노를 입고 털이 복슬복슬한 흰 숄을 목에 두른 여성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때문이다.
이러한 성인식의 역사는 2차 대전 패전 후인 1946년 11월 22일 사이타마현 와라비시(埼玉縣蕨市)에서 실시한 ‘청년제’를 그 뿌리로 보고 있다. 패전의 허탈함에 빠져 있던 당시에 청년들에게 밝은 희망을 주기 위한 행사를 기획했는데 그 주최자는 와라비시 청년단장인 다카하시(高橋庄次郞) 씨였다. 이때 행한 성년식이 성인식의 형태로 발전하여 전국으로 번져나갔다. 지금도 와라비시에서는 성년식이라는 이름으로 기념식을 하고 있으며 1979년에는 성년식 선포 20주년을 맞아 와라비성지공원 안에 ‘성년식 발상의 터’라는 기념비도 세워두었다.
올해로 65회를 맞이하는 성인식은 이제 일본 사회에서는 중요한 통과의례로 정착되었다. 이 날을 위해 사진관과 기모노 집이 불티가 나고 각종 액세서리와 소품 그리고 미용실 역시 특수를 노려서 저마다 번뜩이는 상술이 거리를 장식하고 인터넷을 수놓고 있지만 정작 화려한 기모노 속에 감춰진 스무 살의 일본 젊은이들은 미래를 두려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