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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手製)튀김 좋아하세요?

[≪표준국어대사전≫ 안의 일본말 찌꺼기(37)]

 [그린경제=이윤옥 문화전문기자]  안녕하세요, 여러분들 튀김 좋아하세요? 공장에서 만든 튀김이 아닌 가게에서 직접 만드는 수제 튀김, 저는 공장표보다 수제 튀김을 선호하고 즐겨 찾는데요. 맛있는 집을 소개할게요.   -다음-

수제 초콜릿, 수제 스티커, 수제 다이어리, 수제 편지지, 수제 금고, 수제 앨범, 수제 구두, 수제 가방, 수제 간장요리... 인터넷에는 정말 많은 수제품이 소개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수제’란 무슨 말일까? 어떤 사람이 궁금하여 국립국어원에 질문했다.
 

   
▲ "수제요리"를 묻는 질문에 국립국어원은 수제= 수작이라고 답했다.

 수제란 “손으로 만드는 것”을 말하며 “수작”과 같은 뜻이라는 설명이다. 수제가 손으로 만드는 것이라면 수제품은 만들어진 것이다. 이 두 가지 뜻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자.

*수제(手製):「1」손으로 만듦.「2」=수제품.
*수제-품(手製品): 손으로 만든 물건. ‘손치’로 순화. ≒수제(手製)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순화’ 하라는 것은 그 말이 일본말에서 유래한 것이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수제(手製)’라는 말은 조선시대에도 쓰였다. 다만 오늘날처럼 무엇을 만든다는 뜻으로는 쓰지 않았다.

 문종실록 13권 (1452) 9월 1일자 기록에 보면,
“9월에 황해도에서 역질(疫疾)이 크게 유행하니, 이를 위하여 근심을 하면서 손수 제문(祭文)을 짓고 관원을 보내어 제사를 지내게 하고 귀신(鬼神)의 도(道)를 논하면서 정미(精微)를 극진히 하였습니다. (九月, 以黃海道癘疫大行, 爲之憂慮, 手製祭文, 遣官致祭, 論鬼神之道, 極盡精微。) ” 라는 구절이 있는데 여기서 수제는 ‘손수’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을 뿐 ‘무엇을 만듦’이라는 뜻은 없다. 

더불어 수작(手作)이라는 말도 보이는데 세조실록 17권 (1459) 9월 10일자에는,
“관직에 있으면서 일을 생각할 적엔 다스리는 방법이 매우 주밀(周密)했으며, 집에 거처할 적엔 좌우(左右)에 도서(圖書)를 비치(備置)하고는 향불을 피우고 단정히 앉았으니, 고요하고 평안하여 영예를 구함이 없었다. 손수 ‘징분질욕(懲忿窒慾, 분한 생각을 경계하고 욕심을 막음)’이란 네 개의 큰 글자를 써서 좌석의 곁에 붙여두고, 손에서는 책을 놓지 아니하였다.(居官慮事, 綱理甚密, 處家則左右圖書, 焚香端坐, 澹然無營。手作 ‘懲忿窒慾’ 四大字貼座右, 手不釋卷)”에서 수작(手作)이란 ‘손수’라는 뜻 외에 무엇을 만든다는 뜻은 포함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오늘날 수제 된장이나 수제 가방처럼 물건을 만드는 뜻으로 쓰고 있는 것은 일본식 낱말 풀이를 따르고 있는 것이다. 일본국어대사전 大辞泉에 보면 “【手製】: 自分の手で作ること。また、自分の手で作った物。てづくり。”라고 풀이하고 있는데 번역하면, 자기 손으로 만드는 것, 또한 그런 물건, 수작(手作)”이란 뜻이다. 이는 표준국어대사전이 설명하고 있는 그대로이다. 정리하자면 예전부터 우리는 수제(手製), 수작(手作)이라는 말을 사용했지만 일본처럼 물건을 만드는 뜻으로 쓰이지는 않았다.
 

   
▲ 목포신보 1938(소화13년)년 8월 3일자 수제(手製)기사에는 전시체제(일본이 저지른 태평양전쟁)하에서 조선인들이 열심히 짚신삼기를 한다는 미화성 보도를 하고 있다.

그러던 것이 물건을 공장에서 대량생산하는 시대에 들어서자 공장에서 나온 물건과 차별화 하는 뜻에서 ‘손으로 만드는 물건’이란 뜻으로 쓰게 되었는데 이러한 것은 일본말 ‘테이세이(手製)’ 또는 ‘테즈쿠리(手作)’를 따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립국어원이 수제요리와 수작요리를 묻는 사람에게 “의미적으로 가능한 표현”이라는 답은 우리말을 아끼고 사랑하는 기관에서 할 올바른 답이 아니라고 본다.

특히 테즈쿠리(手作)라고 하면 ‘모든 수제품’을 가리키는 일본말의 전형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답은 질문하는 사람이 ‘수제’와 ‘수작’을 같은 뜻으로 알고 쓰게 방임하는 것이다. 국민들의 언어를 어떻게 하든지 아름답고 쉬운 오리 토박이말을 쓰도록 권장해야 하는 기관에서 단순한 기계적인 이런 식 답이 지양 될 날은 언제인지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