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이한영 기자] 길을 가다가 셔터를 내린 한 가게에 써 붙인 글을 보았습니다.
“추석왕창세일”
바람직하지 않은 말만 모아놓은 듯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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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추석은 5세기 송나라 학자 배인이 쓴 ≪사기집해(史記集解)≫의 “추석월(秋夕月)”이란 말에서 유래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추석월”의 뜻은 천자가 가을 저녁에 달에게 제사를 드린다는 뜻이었지만 중국 사람들은 이 말을 쓰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래서 천자가 달에게 제사지내는 추석보다는 신라 때부터 써온 토박이말 “한가위”를 써야 할 일입니다. “한가위”는 "크다"는 뜻의 '한'과 '가운데'라는 뜻의 '가위'라는 말이 합쳐진 것으로 8월 한가운데에 있는 큰 날이라는 뜻입니다.
다음 “왕창”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속되게) 엄청나게 큰 규모로”라고 풀이되었습니다. 한 마디로 “엄청나게 큰 규모”라는 뜻의 속어라는 말입니다. 속어(俗語)는 통속적으로 쓰는 저속한 말을 이르고 예전엔 “상말”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굳이 저속한 말 “왕창”을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겠지요.
마지막으로 “세일(sale)”은 “할인하여 판매함“이란 뜻의 영어입니다. 우리말을 놔두고 영어를 쓰는 것이야 말로 해서는 안 될 일일 것입니다.
그러면 “추석왕창세일”란 말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요?
“한가위마냥에누리”
좀 어색한가요?
하지만 말은 쓰기 나름이랍니다. 곧 말은 버릇에 다름 아니란 거지요. 날아다니는 탈것을 이르는 토박이말 “날틀”은 어색하지만, 늘 쓰는 “비행기”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비행기” 대신 “날틀”을 끊임없이 쓰다 보면 어느 샌가 “비행기”가 어색해질 것이란 것이지요.
한가위 아침, 우리말을 한번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