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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눈으로 사회를 바라볼까?

[서평] 《수학의 창을 통해 보다》, 이규봉, 경문사

[그린경제=김영조 기자]  수학하면 머리를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 사람들이 있다. 학창시절 수학시간엔 늘 잠만 잤던 사람들도 있다. 수학하면 무조건 어렵고, 일상생활에선 필요 없는 것이라 치부하는 사람도 있다. 수학은 그저 대학 가는 도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여기에 과감히 아니다를 외치는 이가 있다. 배재대학교 컴퓨터수학과 교수로 있는 이규봉 박사가 그이다. 미국 버지니아 주립공과대학교(VPI&SU)에서 응용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공부만 한 것이 아니다. 마라톤을 두 번에 걸쳐 완주했고, 트라이애슬론을 한 번 완주했다. 자전거 타기를 즐겨 기행문을 남긴 자전거 여행만 현재 10,000km에 이른다.  

베트남과 한국의 불편한 역사가 담긴 베트남 자전거 기행문 미안해요! 베트남2011년에 펴냈고, 영원한 혁명가 체 게바라와 쿠바의 역사가 담긴 자전거 기행문 체 게바라를 따라 무작정 쿠바 횡단2013년 하반기에 펴낼 예정이다. 현재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장, 대전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사회에 참여하고 있으며, 대전에서 클라리넷과 피리연주자로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지은이는 자신의 전공인 수학 외의 일을 많이 한다. 

이런 지은이의 폭넓은 활동을 통해 세상을 수학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자신의 체험과 깊은 사색을 담은 책이 이번에 나온 수학의 창을 통해 보다, 경문사 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수학적이라기보다는 사회, 역사, 환경, 종교 그리고 음악 등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다. 모두 지은이의 사상과 철학을 수학의 개념을 통하여 표현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수학이라는 창을 통해 지은이의 관심 분야를 재해석한 책이라고 봐야만 한다. 

   
▲ 《수학의 창을 통해 보다》, 이규봉, 경문사

그는 말한다. “수학을 배워두면 자신이 그 어떠한 분야를 공부해도 도움이 된다. 대학에서 수학을 충분히 배워두면 대학원에서 수학과 다른 어떤 분야를 공부해도 수학을 배운 것은 결코 헛되지 않고 오히려 다른 전공을 한 사람보다 훨씬 더 좋을 수 있다. 수학은 중요한 학문적 도구로 언제인가 도움을 준다. 마찬가지로 중 고등학교 때 배운 수학도 대학 입시문제를 풀기 위해 힘들게 배웠지만 시간을 낭비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말이다. 

책 내용을 살펴보자. 먼저 1장에서는 민족문제연구소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얻은 지식과 관심으로 우리사회에 노동조합이 왜 꼭 필요한지 설명했고, 2장에서는 상거래에 있어서 독점행위를 왜 막아야 하는지 설명한다. 그런가 하면 3장에서는 인구의 변화를 설명하면서 2012년 대통령선거의 부정선거 시비 논란에 대해서 의견을 냈다. 또 다른 시민단체인 대전환경운동연합과 더불어 환경에 관심을 가지면서 4장에서는 불필요한 종이의 낭비를 막기 위해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복사용지에 숨어 있는 수에 대해 설명했고, 5장에서는 자전거의 친환경적인 면을 설명하면서 기어에 담겨 있는 비율에 대해 살펴보았다. 

똑같은 역사적 사실을 갖고 서로 다르게 해석하여 사회에서 다툼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쓴 것이 6장의 황희 정승에 대한 일화이다. 수학의 결과는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으며, 수학의 결과는 상대적이라고 봐야 한다. 그 결과를 돌출한 가정이 달라지면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하물며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이야 두말할 나위도 없다. 황희 정승의 일화를 통해 다양한 기하학을 소개한다. 

달리기와 자전거 같은 운동을 좋아하면서 얻은 생각을 드러낸 것이 7장에 있는 고생 끝에 즐거이다. 지은이도 기독교도이지만, 종교적인 믿음을 갖고 있음을 표방하면서도 반종교적이고 반윤리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쓴 것이 8장의 종교의 가르침은 이웃사랑과 사형제도폐지를 주장하는 9장의 사형보다 피해자 마음을 더 달래주는 종신노역형이다. 

10장의 신의 세계를 능가하는 수학의 세계’=에서는 신의 세계를 무한으로 보았을 때 수학은 그보다 더 큰 무한을 다룰 수 있음을 보였다.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늘 생각했기에 11장에서 공집합을 이용하여 수학의 무소유를 서술한다. 수학에서 흔히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하는 방법이 삶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을 느끼고 쓴 것이 12장의 변화풀이역변환이다.  

지은이는 학생 시절에 관악부에 소속되어 클라리넷을 연주했고 지금은 전통 악기인 피리를 분다. 이것을 계기로 음악이론을 알게 되어 쓴 것이 서양음악과 우리 전통음악에 관련된 13장의 음악에 숨겨 있는 정수비14장의 음계를 만드는 수이다. 마지막으로 15장에서는 14장의 이론을 이용해 수의 비율이 어떻게 음을 만드는지 실제로 보이기 위해 현악기를 만드는 과정을 설명했다. 

이 책은 그동안 수학을 어렵다고 생각하여 재대로 공부하지 않은 사람에겐 좀 어려울 수도 있다. 그저 어렵다고 생각되는 수학, 과연 우리의 일상생활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세상을 외눈박이로 살면 슬기로운 일은 아닐 터이다. 다양한 눈으로, 이러저러한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야말로 내가 세상에서 헛되이 살지 않는 비결이 아닐까? 지은이는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이다. 그의 경험이 농축된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삶도 다양하고 폭넓은 사고로 전환될 것 같다. 독서의 계절! 이 한권의 책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 넓은 눈을 길러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