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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우상화?, 당신 어느 나라 사람이야?

[편집국에서] 정문순과 대자보는 망발을 사과하라

[그린경제=김영조 기자]  올해 한글날은 제567돌로 법정공휴일이 된 첫해이다. 그래서 이번 한글날은 더욱 의미가 큰 해로 모두가 기뻐했다. 그런데 그 한글날 인터넷신문 대자보에는 이 기쁨에 찬물을 끼얹는 글이 머리기사로 실려 나를 분노케 만들었다. 그는 해괴한 논리와 궤변으로 한글과 세종을 깎아내린 것이다. 도대체 그는 어느 나라 사람이란 말인가?

   
▲ 훈민정음반포도,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제공
 

비판에는 대상에 대한 명확한 공부를 한 뒤에 해야 

그는 한글이 세계 최고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비교대상이 세계 전체 글자가 아니라 베트남어 등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글자 중에서 1등이라는 평가를 내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글자라는 평가를 내리는 것은 이런 무식한 사람들이 쉽게 내뱉는 언어의 유희가 아니라 오랜 세월 언어에 대해 공부한 대학자들이 한결 같이 하는 평가라는 점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눈을 감는 것인지 묻고 싶다. 

그는 또 다음과 같은 주장도 한다. “한글은 자모 제자 원리와 구성에서 주역의 음양오행설과 천··인 삼재(三才) 이론을 따랐다. 주역의 논리는 중국 주나라를 이상형으로 삼았던 봉건 국가의 빈틈없는 신분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우주 만물이 톱니바퀴처럼 완벽하게 맞물리며 돌아간다는 발상은 물 샐 틈 없이 견고한 신분제 사회와 일치하는 것이다. 곧 주역의 철학적 바탕은 지배 계급이 선호할 만한 것이지 당대 민중의 처지와는 무관하다. 정음 창제 당시에는 과학적운운하는 평가가 합당했을지 모르지만, 지금도 그렇게 본다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무릅써야 할 것이다.” 

한글의 제자원리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발음기관을 본떠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글이 과학적이라는 평가는 받는데도 그것은 말하지 않고 음양오행설과 사재이론만 가지고 비판하는 것은 참으로 어이가 없다 

   
▲ 훈민정음 만든 원리, 닿소리(자음)는 발음기관의 모양 본떠서 만들었다. 《누구나 알아야 할 한글이야기, 문화체육관광부》20쪽

또한 그는 개인이 만든 것이 아니라 국가의 막대한 인적·제도적 자원의 투입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한글 창제에 참여한 집현전 학자들은 한문만 잘한 것이 아니라 당대 최고의 언어학자들이기도 했다. 한글 창제에 공헌한 신숙주는 중국 운소학에도 능한 일급 학자였으며 중국을 여러 차례 다녀왔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훈민정음 창제는 대다수 집현전 학자들과 사대부들의 반대가 있었던 것은 물론 중국의 견제도 살펴야 했기에 세종이 비밀 프로젝트로 만든 단독 작품이었다는 것이 최근 학계의 정설이다. 그가 창제에 공헌한 이로 들은 신숙주는 물론 정인지나 성상문 등 집현전 학지들은 당시 갓 과거에 급제했던 소장파로 훈민정음 창제에 가담할 정도는 아니었다
 

한글 창제 목적은 분명히 백성 사랑 

그는 또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목적을 다음 다섯 가지로 들고 있다. “1. 쿠데타로 성립한 왕조의 정통성을 마련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 2. 1번 목적의 일환인 <용비어천가> 제작 3. 유교 통치 체제 확립을 위한 신흥 국가의 정치적 목적 4. 3번 목적의 일환인 <삼강행실도> 제작 5. 중국어에 우리 음운 체계 끼워 맞추기 

여기서 1, 2 번 같은 의도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훈민정음 창제의 1순위로 봉건 절대군주가 왕권이나 자신 만을 위한 것이었다고 하는 것은 침소봉대란 생각이다. 나라를 세운 정통성 확보나 나라의 안정은 봉건주의 나라임을 생각할 때 결국 백성을 위한 목적과 배치되는 것은 아니란 점을 외면한 것이란 생각이다. 

세종은 봉건국가에서 조선 최고의 권력자였다. 따라서 한문에 능통한 세종이 개인적인 욕심으로 굳이 다른 글자의 창제 필요성을 느낄 리 없다. 그럼에도 세종은 백성이 글자를 모르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껴 글자를 창제했다는 것을 창제 목적의 가장 앞자리에 두어야 한다. 세종의 백성 사랑 흔적은 세종실록 등 문헌에도 수없이 드러난다. 그걸 일부러 외면하는 것인가 아니면 모르는 것인가?

   
▲ 지난 9월 4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한글세계화 정책토론회 모습
 

세종은 훈민정음 창제로 인류에 큰 빛을 준 분
오히려 우상은 커녕 저평가 되었다 

현대의 삶에서 컴퓨터를 빼놓을 수는 없다. 그런데 이 컴퓨터에 가장 잘 맞는 글자가 한글임은 컴퓨터 자판과 손말틀(휴대폰) 자판 등 여러 부분에서 증명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이 정보산업(IT) 강국이 되었던 것이다. 특히 중국의 한자와 일본의 가나+한자가 컴퓨터에 부적절해 온갖 고심을 하고 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한글은 배달겨레만을 위한 글자가 아니라 온 인류에 큰 빛을 주는 것임을 우리는 안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궁극적인 목적은 온 세상 사람들이 쉽게 글자를 배우고 읽혀서 사람다운 삶을 살도록 하는데 있다고 믿는다. 그 증거는 많은 글자 없는 민족들이 한글을 활용해 말글생활을 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음이다 

   
▲ 2013년 세종대왕문해상 시상 장면 - 인도, 차드공화국 수상 단체 대표들 / 《누구나 알아야 할 한글이야기, 문화체육관광부》57쪽

그런데도 한글과 세종에 대한 정확한 지식도 없이 온 겨레와 세계 언어학자들의 한글사랑을 매도하려는 그 저의가 무엇인가? “봉건적 심성과 서울 패권주의가 낳은 한글과 세종 우상화라고 진단하는 본뜻이 무엇인가? 일제강점기 때도 어쭙잖은 친일 지식인들이 우리말글을 망쳐놓았는데 그것을 닮으려 함인가? 후안무치한 지식인이여 어리석은 한글과 세종 깎아내리기를 제발 그만두라. 그리고 이런 글을 머리기사로 올리는 대자보도 석고대죄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