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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자판 세벌식이 두벌식보다 정말 좋을까?

한글 타자기 자판 역사와 표준 설명서

[그린경제/얼레빗 = 김슬옹 교수]  자판은 정보시대 글쓰기와 정보 입력의 핵심 도구이다. 스캐너나 음성 인식이 발달하고 손으로 쓰는 최첨단 컴퓨터까지 개발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자판의 중요성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자판이 어떻게 설계되었느냐에 따라 정보 생산성의 속도와 양이 결정되고 건강문제(키펀치병 따위)까지 좌우되기 때문이다. 자판은 그 물질성과 습관성의 강고한 결합으로 한 번 정해지면 바꾸기 어렵다는 점을 함축하고 있다. 그래서 표준화가 중요하다.

자판 입력의 역사  

한글 자판은 현재 한국의 두벌식, 세벌식 그리고 북한의 두벌식 자판 등이 쓰이고 있다. 남한의 표준 자판은 두벌식이다. 이는 한글 모아쓰기에서 자음과 모음의 관계에 따라 발생하는 한글만의 독특한 문제다. 

타자기는 자판의 한글 배열 방식에 따라 크게 세 가지 방식이 있다. ‘초성-중성-종성’의 삼분법의 특색을 살리면 세벌식이요, ‘자음-모음’의 이분법을 따르면 두벌식이요, ‘초성 자음, 종성 자음, 종성 없는 모음, 종성 있는 모음’과 같은 사분법을 따르면 네벌식이다.  

   
▲ [표 1] 자판 벌식 구별

글쓴이는 고등학교 때(1977-1979) 표준인 네벌식 타자기를 배웠다. 대학에 들어가 세벌식이 더 합리적이라는 것을 알고 세벌식으로 치다가 군대 행정병으로 가 다시 네벌식으로 쳐야 했다. 제대할 무렵 국가 표준이 두벌식으로 바뀌어 다시 두벌식으로 쳐야 했고 제대하고 나서는 다시 세벌식으로 치고 있다. 이는 글쓴이 개인의 수난사이기 전에 우리나라 정보 정책의 난맥상이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자음은 초성에 쓰이는 자음과 종성에 쓰이는 자음 두 가지가 있다. ‘각’에서 초성 ‘ㄱ’과 종성의 ‘ ㄱ ’을 자판에서 서로 다른 글자로 따로 배치하면 세벌식이 되고 한 글자로만 배치하면 두벌식이 된다. 남한 최초의 표준 자판은 박정희 정권 때 만든 네벌식이었다.  

이 네벌식은 세벌식에서 중성 모음을 종성이 있을 때의 모음(각)과 없을 때의 모음(가)를 구별해서 네벌식이었는데 너무 불편하고 비합리적이어서 없어지고 두벌식이 표준으로 된 것이다. 그러면 왜 거의 모든 소프트웨어에서 국가 표준인 두벌식 외 세벌식을 지원하는 것일까. 글쓴이도 지금 이 글을 세벌식으로 치고 있다. 그것은 세벌식이 비록 국가 표준화 과정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두벌식과는 차원이 다른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자판은 정확성과 속도를 얼마나 최대한 실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글자의 사용 빈도수와 그에 따른 왼손, 오른손 그리고 각각의 손가락 부담률, 연타수, 운지거리(손가락이 움직이는 거리) 등이 세부적인 평가 기준이 되고 그러한 기준에 의한 실험 결과가 근거가 돼야 된다.  

이밖에 한국어의 특수성에 따라 한글의 구성 원리에 얼마나 부합하느냐를 따질 수 있다. 한글 구성 원리에 따르면 현행 2벌식은 역시 한글의 구성 원리에 위배 된다. 왜냐하면 종성을 따로 인식하지 못할 뿐 아니라(받침을 홀로 찍을 수 없음) 컴퓨터 화면에 글자가 제 때, 제 자리에 찍히지 않는다.  

정확성과 속도 면에서도 세벌식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 현행 두 벌식이 자주 치는 자음이 왼쪽에 있고 모음이 오른쪽에 있어서 왼손에 지나친 부담을 주어 균형 타자(왼손과 오른손을 사용빈도에 따라 적절히 사용하는 것)가 힘든데 세벌식은 초성 자음은 오른쪽에 종성 자음은 왼쪽에 모음은 왼쪽에 있어 균형 리듬타자(왼손과 오른손을 골고루 사용하는 것)가 가능하다.  

따라서 세벌식이 타자를 많이 칠 때 생기는 키펀치 병 예방에 유리하다. 두벌식이 좋은 것은 자판 개수가 작으므로 일찍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오타율에 대해서는 논쟁이 분분하다. 두벌식은 자판 글쇠수가 작고 세 줄에 걸쳐 배열되어 있어 유리한 반면 어느 한쪽 부담이 높아 불리하다. 세벌식은 두 손 부담률이 공평해 한 손에만 부담을 지우는 두벌식보다 오타율이 적을 수 있으나 세벌식은 네 줄에 걸쳐 있어 운지거리가 길어 불리하다.  

이런 논란에도 남북한 모두 두벌식을 국가 표준으로 하고 있어 1996년 남북한이 합의한 공동자판은 두벌식이 채택되었다.  

   
▲ - 한국 두벌식 표준 자판(1982) -

   
▲ - 북한의 임시 표준 자판(1993) -

   
▲ - 옛글자와 쌍자음까지 표시한 남북 공동 자판(1996) 시안 -

   
▲ - 정희성 교수의 86년안(두벌식) -

   
▲ - 한국의 세벌식(공병우) 자판 -

합의안의 핵심은 두벌식, ‘자왼모오(자음 왼쪽 모음 오른쪽)’ 배치로 결과적으로 보면 조선의 임시 표준안과 비슷한 방식이 되었다. 이 합의안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는 훨씬 빈도수가 많은 자음을 꼭 왼쪽에 배치했어야 하는 점이다. 둘째는 한국의 표준 자판이 모순 투성이라면 그 대안 제시에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세벌식의 장점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한 점도 있다. 물론 합의안에서 특수 목적용으로 세벌식을 사용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단 것은 그나마 그동안 세벌식주의자들의 끊임없는 운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세벌식 타자기가 가장 먼저 실용화되었다. 안과 의사였던 공병우 박사가 1949년에 개발하여 공병우식이라 부른다. 두 벌식 표준 자판이 나올 때까지 한글 기계화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네벌식 타자기는 박정희 정권 때인 1968년 과학기술처가 표준 자판으로 내세웠다. 글자 입력은 세벌식보다 훨씬 느리고 복잡하지만 글자 모양이 반듯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네벌식은 완전표준화는 이루지 못하고 세벌식 타자기와 함께 쓰였다. 1980년대 전두환 정권에서 컴퓨터 자판으로 두벌식을 채택함으로써 세벌식 타자기는 점차 사라지고 두벌식 컴퓨터 자판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한글의 우수성과 과학성은 타자기 시대가 열리면서 더욱 빛을 뿜었다. 타자기는 자음과 모음 배열이 중요한데 한글은 다른 문자에 비해 그런 점이 훨씬 편리하기 때문이다.  
 

  ★ 타자기 치기: ‘세종’ 쳐서 비교해 보기   
 

   
▲ 세벌식 390 글판빨간색이 초성, 파란색이 중성, 노란색이 종성.

[세벌식 타자기]
 초성, 중성, 종성으로 구분되어 있다. 오른쪽은 초성, 가운데는 중성, 왼쪽은 종성으로
구성되어 오른쪽에서 왼쪽
 으로의 리듬감으로 인해 손의 피로를 풀어주고 속도를 30%정도
향상시켜준다.  

  [세벌식 타자기로 ‘세종’ 입력하기]
    1. 오른쪽 아래의 초성 ㅅ을 누른다.
    2. 가운데 아래의 중성 ㅔ를 누른다.
    3. 오른쪽 가운데의 초성 ㅈ을 누른다.
    4. 가운데 아래의 중성 ㅗ를 누른다.
    5. 왼쪽 가운데의 종성 ㅇ을 누른다. (초성과 종성 자음의 글판 위치가 다르다.)

   
▲ 네벌식 글판빨간색이 초성, 파란색이 받침 없는 중성, 초록색이 받침 있는 중성, 노란색이 종성.

[네벌식 타자기]

  [네벌식 타자기로 ‘세종’ 입력하기]
    1. 왼쪽 위의 초성 ㅅ을 누른다.
    2. 오른쪽 가운데의 받침 없는 중성 ㅔ를 누른다.
    3. 왼쪽 위의 초성 ㅈ을 누른다.
    4. 오른쪽 위의 받침 있는 중성 ㅗ를 누른다.
    5. 왼쪽 아래의 종성 ㅇ를 누른다. 

 

   
▲ 두벌식 글판(현재 한국 표준)

 [두벌식 타자기로 ‘세종’ 입력하기]
   1. 왼쪽 위의 자음 ㅅ을 누른다.
   2. 오른쪽 위의 모음 ㅔ를 누른다.
   3. 왼쪽 위의 자음 ㅈ을 누른다.
   4. 오른쪽 가운데의 모음 ㅗ를 누른다.
   5. 왼쪽 가운데의 자음 ㅇ을 누른다.(초성과 종성 자음의 구분이 없다.) 

지금은 한글 타자기를 구경조차 못하는 세상이 되었지만 두벌식, 세벌식 등의 자판 방식은 컴퓨터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세벌식도 국가 표준에서는 밀려 났지만 지금도 많은 동호인들이 즐겨 쓰고 있다. 한글 역사 교육에서 자판에서의 한글 사용 문제는 매우 중요하기에 표준 설명서를 만들어 본 것이다. 여기서의 자판 치기 표준 설명서는 2012년 경복궁 집현전이 있던 수정궁에서 열린 한글날 기획전시전에서 실제 타자기와 전시되어 많은 인기를 끈 바 있다.

   
▲ 대표적인 세벌식 "공병우타자기(세종 Sejong 500)"(위), 네벌식타자기(clover 302 delux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