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김영조 기자] “전국 판소리 명창들이 그를 찾기 시작하였음은 물론 가야금 산조를 비롯하여 거문고나 대금, 해금 등 문화재급 연주자들이나 대학 교수들이 앞 다투어 그에게 장고 반주를 청하기 시작하였으며 민요창이나 무용음악 공연무대에도 그의 반주는 빠지지 않았다. 그가 반주한 음반이 200여장을 넘고 있기 때문에 국악 FM방송에서는 ‘고수에 김청만’, ‘반주에 김청만’이라는 식으로 그의 이름이 자주 소개되었기에 ‘왜 맨 날 그 사람 것만 내 주느냐?’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 김영길 명인의 아쟁산조에 반주를 하는 김청만 명인(오른쪽)
한국전통음악학회 서한범 회장의 증언이다. 그렇게 이 시대 최고의 판소리고법 명인인 김청만의 공개발표회가 어제(11월 23일) 저녁 5시 서울 중요무형문화재 전수회관 민속극장 풍류에서 있었다. 공연은 역시 그의 명성이 말해주듯 지정좌석이 아닌 임시의자를 수십 석 마련해야 할 정도로 성황이었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고 했던가? 국악계에서 “ 김청만, 김청만!”하는 까닭이 여실히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또한 “1고수 2명창”이 괜한 소리가 아님을 명실 공히 확인해주는 공연이었다. 연주자들이 김청만 명인의 반주에 편한 마음으로 자신의 기량을 온전하게 뽐내는 장면을 청중들은 또렷이 목격했다.
공연은 서한범 회장의 맛깔스러운 사회로 시작되었다. 먼저 국립국악원 민속연주단 단원 김영길 명인이 김청만 명인의 반주에 맞춰 아쟁의 맛을 한껏 보여준다. 한때 흐느끼다가도 한때 명랑한 모습이었다가 한때 한없이 깊은 아쟁 소리는 공연장을 숨 막히게 한다.
▲ 원장현 명인의 대금산조 공연에 장구 반주를 하는 김청만 명인(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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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청만 명인의 제자 김수용, 김준모, 유인상, 이용태의 비나리 한판 |
이어서 이 시대 최고의 대금산조 명인이며,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악장을 지낸 원장현 선생이 역시 김청만 명인의 반주에 맞춰 만파식적 소리를 연주하여 이 시대의 근심걱정을 잠재운다. 담담한 듯 하지만 내면의 깊은 숨소리를 감추는 듯 청중의 가슴을 쥐고 흔든다. 깊어가는 가을밤 대금 소리는 공연장을 가득 메운다.
이어서 김청만 명인의 제자 김수용, 김준모, 유인상, 이용태의 비나리 한 마당이 청중들을 향해 신나는 덕담의 향연의 펼쳐진다. 그리고는 김청만 명인의 북 장단에 맞추어 유영애 명창의 걸쭉한 단가 사철가와 판소리 홍보가가 펼쳐졌다. 판소리가 끝난 다음 사회자 서한범 회장은 유영애 명창에게 한 질문을 통해 김청만 명인의 “1고수”가 어떤 의미인지를 적나라하게 설명해준다.
▲ 유영애 명창의 판소리 홍보가 공연에 북장단을 치는 김청만 명인(오른쪽)
▲ 김운선 명인의 경기도살풀이 한마당
마지막 무대는 경기도살풀이 한마당, 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 전수조교 김운선 명인이 온몸을 흐느끼며 공연장에 남은 살을 풀어내고 있다. 명인이 무대를 휘젓는 동안 한켠에서는 김청만, 원장현, 김영길, 유인상 명인이 김운선 명인의 팔을 들어주고 내려준다. 춤과 소리가 멋지게 어우러져 공연 절정을 맛보게 한다.
공연 내내 김청만 명인은 “고수란 바로 이런 것이다”를 증명해냈다. 서한범 회장은 말한다. 김청만 명인이 이 시대 최고의 고수인 까닭은 “소리꾼의 모자라고 넘치는 부분을 조절할 수 있을 만큼 장단이 매우 정확하고, 소리 속을 꿰뚫고 있어 강약의 조절이 자유로우며, 자연스럽게 터져 나오는 적절한 추임새가 일품인 점이다.”라고 말이다.
북과 장구 장단으로 한 평생 살아온 김청만 명인은 절대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명인명창을 받아내며 묵묵히 북채를 두드릴 뿐이다. 하지만, 명인은 그가 표현해내는 북과 장구 소리로 세상에 우뚝 서서 포효를 한다. 깊어가는 가을밤 청중들은 김청만 명인에 푹 빠져 공연이 끝나고도 자리에서 일어설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