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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한글 로봇, 한글자음이와 한글모음이

한글 로봇, 28자의 기적을 알리는 홍보대사 될 것

[그린경제/얼레빗=김슬옹 기자] 1443년 음력 12월은 훈민정음 28자가 세상에 공개된, 그야말로 훈민정음 28자의 기적이 일어난 달이다(28자로 이룬 문자혁명 훈민정음, 김슬옹, 아이세움, 참조). 그 기적은 세상에 소리 없이 드러났다. 

是月, 上親制諺文二十八字, 其字倣古篆, 分爲初中終聲, 合之然後乃成字, 凡干文字及本國俚語, 皆可得而書, 字雖簡要, 轉換無窮, 是謂 訓民正音”. 세종 25(1443) 1230일자(세종실록 온라인판 영인본에 의함) 

이달에 임금이 친히 언문 28자를 지었는데, 그 글자가 옛 전자를 본뜨고, 초성중성종성으로 나누어 합한 연후에야 글자를 이루었다. 무릇 한자에 관한 것과 우리말에 관한 것을 모두 쓸 수 있고, 글자는 비록 간단하고 간결하지마는 전환하는 것이 무궁하니, 이것을 훈민정음이라고 일렀다 

   
▲ 《세종실록》 25년(1443년) 12월 30일자

기적이라 하는 것은 여섯 가지 측면에서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첫째는 훈민정음은 사람의 말소리뿐만 아니라 자연의 모든 소리를 가장 정확하게 적을 수 있는 문자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소리 문자인 셈이다. 곧 훈민정음은 사람의 말소리뿐만 아니라 바람소리, 새소리, 개 짖는 소리 그 어떤 자연의 소리든 그 소리에 가장 가깝게 적을 수 있는 문자이다.  

물론 이러한 자연의 소리를 어떤 문자로든 다 적을 수는 있다. 이들 소리는 사람의 귀를 거쳐 사람의 말소리로 바꾼 뒤 적기 때문이다. 훈민정음은 이런 과정을 거쳐 표기하는 것은 맞지만 문자 체계의 정밀함으로 실제 소리에 가장 가깝게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은 입말을 적는 쉬운 문자의 뜻을 담아 언문이라 불렀지만 문자의 특별한 가치와 동기 목적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으로 끝나는 훈민정음이라 하였다.  

둘째는 신분 질서를 뛰어넘는 문자이기에 기적이었다. 그야말로 하층민을 배려한 전무후무한 문자였다. 그 당시 신분 질서를 보면 하층민은 문자 생활을 할 수 없어도 그것이 전혀 문제가 안 되는 시절이었다. 더군다나 양반의 문자, 지배 권력의 문자인 한자가 있는 한 그것을 뛰어 넘는 문자를 만들 수는 없는 것이었다. 

셋째는 누구나 자신의 욕망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세상이 열렸기에 기적이었다. 그 당시 양반들이 아무리 한문을 잘 했어도 그 때의 한문은 번역문이었다. 말로는 우리말로 하고 생각도 우리말로 하는데 그것을 중국식으로 번역하여 한문으로 표현한 것이다. ‘뒤죽박죽이라 생각하고 말하지만 그것을 표현할 때는 錯綜(착종)’ 식으로 썼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한문의 천재라 하더라도 자신의 감정 표현을 한문으로는 그대로 할 수 없었다.  

넷째는 근대 발전의 바탕을 만든 문자였기에 기적이었다. 사람의 자유와 평등, 사람다운 정체성과 주체성을 가능하게 하는 근대는 말하듯이 글을 쓰는 언문일치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바로 언문일치의 바탕을 만들어 놓았기에 기적이었다.  

다섯째는 지식을 나눌 수 있는 문자였기에 기적이었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하게 동기는 여럿이겠지만 결정적인 것은 책을 통해 지식을 보급하고 나누기 위해서였다. 그 당시는 지배층의 지식을 나누는 것이 기적이었다. 조선의 정약용, 박지원 등의 실학자들을 비롯한 대다수 지식인들이 한문으로만 책을 저술하여 지식과 책을 나누려 하지 않은 것을 보면 세종의 그런 지식 전략이 얼마나 큰 기적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여섯째 동아시아 보편 질서를 깼기에 기적이었다. 그 당시 조선은 소중화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사대부들이 세운 나라였다. 한자와 한문은 소중화의 가장 결정적인 상징이자 실체였다. 한문은 단순히 중국의 문자가 아니라 중화를 따르고 복종하던 동아시아 문화의 거대한 물결이었고 거부할 수 없는 절대 세계였다. 세종이 그런 거대한 물결 자체를 거부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그 틀을 깰 수 있는 기적의 문자를 만든 것이다. 

이제 이러한 기적을 제대로 이어가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그래서 28자의 기적 정신을 사이버에서 널리 알리는 한글 로봇을 만들었다. 지금의 기본자는 자음자 14, 모음자 10자이지만 15세기 창제 반포 당시에는 자음자 3, 모음자 1자가 더 있어 28자였다 

   
 

먼저 로봇을 보자.  

자음이 17자는 히읗()을 머리로 삼았다. 말소리가 나오는 머리는 하늘이요 작은 우주다. 귀는 트인 귀이기에 으로 만들었다. 세종이 위대한 문자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트인 귀를 가졌기 때문이다. 백성의 마음과 고통을 귀담아 들었고 소통을 중요하게 여겼기에 기적의 문자를 만들 수 있었다. 눈과 눈썹은 이를 닮은 여린 히읗()으로 삼았다.

   
▲ 한글 로봇 자음이와 모음이

코는 같은 전략으로 반시옷으로 삼았다. 입은 입의 꼴을 본뜬 미음()으로 리을은 랄랄라 소리를 내는 혀를 본떴다. 비읍()은 배꼽의 비읍을 살리기 위해 배꼽 모양으로 키읔()은 몸통으로 삼았다. 피읖()은 발로 팔딱팔딱 뛰므로 발로 삼았다. 디귿()은 두 손 불끈 쥐고 달리자고 하여 손으로 삼았다.

모음은 천지인 삼재를 뜻하는 ㆍ ㅡ ㅣ를 머리로 하늘 아()를 한 번 합성한 오아우어를 가운데 몸통으로 두 번 합성한 요야유여를 아래 몸통으로 삼았다. 

이 한글 로봇이 28자의 기적을 서로 나누고 알리는 홍보대사로 우뚝 섰으면 좋겠다.

  

 

 

 

 

 
▲ 이 로봇은 2013년 한글날 홍보 책자인 ‘누구나 알아야 할 한글 이야기 10+9(문화체육관광부 발행)’의 앞뒤 표지로 쓰였다. (기본 디자인 김슬옹, 갈무리 디자인 구슬기)